美 “러, 아사드 감싸기 중단하라”… 中 등 3개국은 기권
트럼프 "아사드는 도살자… 러와 관계 역대 최악”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고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이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됐다.
안보리는 12일(현지시간) 시리아 결의안을 놓고 표결을 실시했으나 5개 상임이사국의 하나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상임이사국 중 하나라도 거부하면 결의안은 채택되지 않는다. 비상임 이사국인 볼리비아도 결의안에 반대했으며, 상임이사국 중국은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과 함께 기권했다.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찬성한 국가는 10곳에 그쳤다.
예상대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의 반발이 거셌다.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규탄하는 안보리 결의안을 거부한 것은 8차례나 된다. 이번 결의안은 반인륜적인 무력 사용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유엔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현장조사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게 요지다.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공격 당일 군 비행계획, 비행기록 일지, 군사작전 정보 등을 유엔 조사관들에 제공하고 이 때 이용된 공군기지 방문도 허용토록 하고 있다.
결의안을 주도한 미국과 러시아는 표결을 앞두고도 치열하게 맞섰다. 의장국으로 이날 회의를 주재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아사드의 전투기들이 민간인들에게 배럴 밤(barrel bomb)을 떨어뜨릴 때마다 러시아는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아사드 감싸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매슈 라이크로프트 영국대사도 현지에서 채취된 샘플이 사린가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면서 러시아를 비난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러시아 차석대사는 “화학무기 공격 책임을 시리아 정부에 돌리는 것은 잘못 됐다. 범죄현장에 아무도 가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며 서방 국가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의 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아사드는 ‘도살자(butcher)’”라며 “러시아가 시리아의 가스 공격을 미리 알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확실히 러시아가 알았을 수도 있다. 러시아군이 그곳에 있었다”며 러시아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러시아와 관계는 아마도 역대 최악”이라고도 했다.
반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온건 관계로 돌아 선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의 안보리 표결 기권은 훌륭했다. 우리에게 영광이었다”며 높게 평가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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