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경쟁적인 사회ㆍ경제적 환경에서 불안과 우울을 겪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대처 방법으로 술을 선택하고,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하는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논문 '대학생의 우울, 대처동기, 음주문제의 관계:자가처방가설의 검증'(장수미)에 따르면 대학생 5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알코올의존성 경향을 보인 대학생들의 비율이 높았다.
설문에 응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주 빈도, 음주량, 고위험음주 빈도, 음주 등을 측정하는 알코올 사용장애 선별검사(AUDIT)를 실시한 결과 사회적음주자(33.4%), 고위험음주자(40.4%), 알코올남용자(9.9%), 알코올의존자(16.3%)로 알코올 의존자 비율이 높았다. 이는 2011년 한국음주문제연구센터의 연구 결과 알코올 의존자 성향을 보였던 대학생(6.5%), 성인(3.4%)에 비해 높은 수치다.
연구팀은 음주 습관의 동기 중 하나로 우울함이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울과 대처동기, 음주문제 관계에 대한 구조모형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우울할수록 그런 상황에 대처하려는 동기가 유의미하게 높았고, 이런 대처 동기가 높을수록 음주량과 빈도, 의존 증상 등 음주 문제도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자신의 정신과적 문제나 고통스러운 정서적 상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대처 동기로 알코올이나 약물 등을 사용한다는 '자가처방가설'은 앞서 폭력 피해자 같은 취약 집단에서 확인된 바 있다. 연구팀은 대처 동기로 술을 마시면 술이 부정적인 강화제 역할을 해 결국 알코올 오용과 남용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이번 연구에서는 일반 대학생 집단에서도 이러한 양상의 자가처방가설이 확인된 것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부정적 정서와 높은 대처 동기를 가졌을 때 술을 마시면 결과적으로 부정적 정서를 강화하고, 대처를 위한 음주가 계속되면 스트레스나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은 오히려 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은 이미 다른 연구들에서 확인됐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대학생의 음주 문제에 대한 예방이나 개입은 음주 동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음주가 부정적 정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확한 인식을 하도록 하고, 음주가 아닌 다른 대처방식을 갖추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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