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참사ㆍSNS 확산에 따라
불안장애만 유독 늘어나
치열한 취업난 영향으로
20대 남성 우울증도 증가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이 살면서 한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 등의 영향으로 20대 남성 우울증 환자가 늘어났고, 잇단 대형참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으로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도 증가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는 2001년부터 5년 주기로 정기적으로 실시된다. 이번 4차 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5,10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평생 한번이라도 주요 17개 정신질환(알코올ㆍ니코틴 사용장애, 조현병 스펙트럼장애, 기분장애, 불안장애, 약물사용장애 등)을 경험해본 성인은 25.4%에 달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28.8%, 여성은 21.9%였다. 지난 1년간 한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 비율(1년 유병률)도 11.9%(남성 12.2%ㆍ여성 11.5%)나 됐다. 성인 인구 수로 환산하면, 지난 한해 동안 정신질환을 겪은 사람 수는 470만명에 이른다.
남성은 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알코올 사용장애(18.1%)’와 담배 관련 의존ㆍ금단 증상을 보이는 ‘니코틴 사용장애(10.6%)’의 평생유병률이 높았다. 반면 여성은 강박이나 공황장애 같은 ‘불안장애(11.7%)’와 우울증 등 ‘기분장애(7.2%)’ 유병률이 두드러졌다.
대체로 2011년보다 유병률이 감소한 다른 정신장애와 달리, 불안장애는 평생유병률이 8.7%에서 9.5%로 0.8%포인트 증가했다. 불안장애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장애’로 정의되며 ▦강박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사회공포증 ▦특정공포증 ▦범 불안장애 등이 포함된다. 불안장애의 1년유병률은 5.7%(남성 3.8%ㆍ여성 7.5%)로 지난 1년간 불안장애를 경험한 사람은 224만명으로 추정된다.
조사팀은 불안장애 증가 원인으로 ▦1인 가구 증가 ▦잇단 대형참사 ▦모바일 등 통신기기, SNS 사용 증가에 따른 부정적 뉴스의 빠른 전파 등을 꼽았다. 조사 책임자인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전쟁이 임박했다는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지며 심각한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연령대 별로는 20대 남성의 우울증 증가가 눈에 띈다. 18~29세 남성의 1년유병률은 3.1%로 2011년(2.4%)보다 0.7%포인트 늘어났다. 다른 연령대의 경우 유병률이 낮아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홍진표 교수는 “20대 남성이 취업난 등으로 경쟁에서 뒤처지고, 과거와 같은 지위를 누리기 어려워지면서 정신건강 위기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 30대 여성은 알코올 사용장애가 늘었다. 18~29세 여성(5.7→6.9%)과 30~39세 여성(2.0→2.8%)의 유병률이 상승했는데, ‘혼술’이 증가하는 세태가 반영된 것으로 조사팀은 풀이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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