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소송 등 장기전 예고에
산은은 “기존과 달라질 것 없다”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오는 17일을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데드라인(최종 마감일)’으로 못박았다. 우선협상대상자인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매각 불발까지 감안한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포석으로 해석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2일 “산업은행에 이미 요구한 컨소시엄 허용과 매매조건 확정에 대해 17일까지 통보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며 “산업은행이 기한까지 회신하지 않으면 이번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호그룹은 이어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에 기여하지 않은 더블스타에는 컨소시엄을 허용하고 우리에겐 불허하는 것은 명백히 불공정하며 이율배반적인 행위”라며 “소송은 17일 이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금호그룹이 우선매수권 불청구 카드까지 꺼내 든 것은 장기전을 예고한 치열한 수 싸움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 회장과 산은 간 약정서엔 우선매수권을 쓰지 않아도 6개월 뒤까지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소멸된 권리가 부활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그룹 입장에선 소송과 여론전 등으로 매각절차를 지연시키면 향후 우선매수권을 다시 행사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여기에 방위산업체인 금호타이어의 기술유출 우려와 함께 대선을 앞두고 호남 향토기업 매각에 대한 지역사회의 극렬한 반대 여론 등 매각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징후도 강해지는 분위기다.
금호그룹의 최후통첩에도 산은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오는 19일부터 더블스타와의 매각절차를 진행한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법무법인과 협의해 회신 공문을 보낼지 결정할 예정이고, 설사 회신을 해도 기존과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