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부터 정규직 전환하고
민간기업엔 인센티브 줘야
정규직 비용 부담도 고려해야
실업률 5%로 미국보다 높아
청년 체감실업률은 30% 정도
규제 풀고 투자 유도해야 해결
대한민국 경제가 그 동안의 양적 성장을 넘어 더불어 잘사는 공정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1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한국포럼 세션2 ‘공정성장, 어떻게 실현하나’ 토론 자리에선 일자리와 합리적 노동의 대가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특히 똑 같은 일을 해도 임금은 절반 밖에 안 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공정 성장의 첫걸음이라는 데에 참석자 의견이 모아졌다.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사회)=시작하기 전에 ‘공정성장’이라는 말부터 짚고 넘어가자.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용어지만 최근 한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선 공정하게 경제를 성장시키자는 정도로 규정하고 논의하자.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일자리 창출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자리는 일거리가 없기 때문에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규제부터 풀고 경제를 활성화시켜 성장의 과실이 서민과 대다수 국민에게 확산될 수 있도록 구조 개혁부터 해야 한다. 노동시장이 너무 경직된 것도 문제다. 고용주는 사람 한 명을 더 쓸 때의 혜택과 인건비를 비교한다. 그런데 정규직을 채용하는 부담이 너무 크다 보니 이미 있는 사람에게 일을 더 시키는 경우가 많다. 실업은 넘치는데 노동시간은 전 세계에서 가장 긴 이상한 나라가 됐다. 더구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민주노총 근로자 등 좌파 기득권이 연봉 상위 10%에 많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양보해야 성장도 하고 일자리도 는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어느 나라든지 일자리 창출은 국가적 과제다. 최근 우리나라의 공식 실업률 통계가 5.0%로 나왔다. 미국은 4.9%인데 우리가 더 높다. 청년실업률은 12%, 청년 체감실업률은 30%나 될 정도로 심각하다. 정치권에선 근로시간 단축해서 일자리를 나누자고 얘기하고 아예 청년고용을 3~5% 정도 의무적으로 할당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결국 규제를 풀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야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김 교수=좌파 기득권이란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용섭 건국대 석좌교수=아직도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이념 논쟁을 한다. 일부에선 야당 정치인을 ‘좌파’ ‘진보’ ‘빨갱이’라고 한다. 창피한 현실이다. 민주당이 얘기하는 진보는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민생 진보, 일자리 진보다.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좌파라는 말이 붙어서 감성적으로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대기업 정규직은 하청업자와 비정규직 몫을 가져가기 때문에 이중적 지위를 갖는 게 사실이다. 이분들이 어느 정도 기득권을 양보하고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엔 타당성이 있다.
김 교수=구체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얘기해 보자. 불평등ㆍ양극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기득권과도 연결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해법이 뭔가.
이 의원=공공부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민간기업에는 강제할 수단이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민간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자.
김 의원=조그만 식당이라도 경영해본 사람은 다 안다.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충성도 높은 것 다 알지만 4대보험을 비롯 전환비용이 너무 크다. 정규직 전환 부담을 줄이는 게 우선이다.
이 교수=결국 기업의 편의와 경쟁력을 중시하느냐, 노동자의 삶의 질과 인간다운 생활을 중시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50%밖에 안 되는 건 말이 안 된다. 동일가치의 노동에 대해선 동일 임금을 줘야 한다.
이 부회장=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아주 심각하다. 정규직이 100만원을 벌 때 비정규직은 53만원을 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32%인데 우리는 11% 수준이다. 용어에도 문제가 있다. 비(非)를 붙이니까 마치 하류층처럼 느껴진다. 선진국에도 계약직 숫자는 많다. 단 근로조건에서 차별이 적다. 대기업 정규직은 해고할 수 없고 임금도 계속 올려야 하니 채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정규직은 양보하고 비정규직은 보호해야 한다. 노동 관련 개혁은 헌법개정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법적으로 강제할 순 없고 사회적 대타협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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