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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긍정적 효과 살리되 양극화 등 사회적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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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긍정적 효과 살리되 양극화 등 사회적 책임 물어야”

입력
2017.04.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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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한국포럼'의 두 번째 세션 '공정 성장, 어떻게 실현하나'에서 이동근(왼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이용섭 건국대 석좌교수, 사회자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토론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한국포럼'의 두 번째 세션 '공정 성장, 어떻게 실현하나'에서 이동근(왼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이용섭 건국대 석좌교수, 사회자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토론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기업의 중기 기술 편취 막고

납품단가 연동제 실시해야

4차 산업혁명 규제 푸는 동시에 혁신안전망 확충

창업 실패해도 3번 기회 있어야

한국 경제는 성장 둔화, 양극화 심화, 새로운 성장 동력 부재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2일 ‘2017 한국포럼’의 두 번째 세션 ‘공정성장, 어떻게 실현하나’에서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한국 경제에서 어떻게 공정성장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를 해결하고 청년층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창업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사회자)=공정성장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공정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를 실시해야 한다. 대기업은 영업비밀이라며 원가 공개를 하지 않으면서 하청 중소기업에는 원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그걸 가지고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한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을 대기업이 탈취하는 것도 막고 지적재산권도 보호해야 한다. 이 같은 갑을관계 횡포가 혁신 기술개발의 동력을 꺾는다. 대기업이 자회사를 차려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중소기업의 일감을 빨아들이는 총수의 사익 편취 행위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대기업 때리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재벌을 때려서 그동안 잘된 게 무엇인가. 재벌만 없어지면 중소기업이 잘사는 나라가 될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기업 자산이 5조원, 10조원이 되면 자동으로 규제를 한다. 재벌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황제경영, 일감 몰아주기, 횡령ㆍ배임 같은 건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법이 없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다. 재벌의 잘못을 규제하는 법을 촘촘히 실행해야 한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우리나라는 산업 분야에서 규제가 심한 나라에 속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을 육성하는 데도 규제가 많다. 최근 상법개정안이나 재벌개혁에 관한 논의가 쏟아진다. 일부 대기업이 잘못한 건 인정한다. 대한상의도 공정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해 정치계에 제언한 바 있다. 다만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훼손시키지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법개정안도 부분적으로는 수용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도 있다. 단계적으로 바꿔가자는 게 재계 입장이다. 증세 관련해 법인세 부분을 자주 언급하는데 세목 중에서 법인세 인상은 가장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경제가 활성화하면 법인세를 그대로 둬도 세수가 늘어난다.

이용섭 건국대 석좌교수=대기업의 긍정적 효과는 살리되 사회적 책임은 강화해야 한다. 재벌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식 확장, 불공정 행위가 시정돼야 중소기업과 창업이 활성화된다. 주요 경제 수치를 보면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불평등ㆍ불공정으로 인한 분열과 갈등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양극화 해소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까지 양적 성장에만 치우쳐 왔다.

김 교수=창업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 장치인 ’혁신안전망’은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이슈인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이 의원=우리나라에서는 창업하면 실패해서 신용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창업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사업자금을 지원해줘야 할 기관이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문화가 창업과 혁신을 어렵게 한다. 여기서 금융이 중요하다. 혁신전문뱅크 같은 것을 만들어 융자보다는 투자 중심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기술탈취에 대한 두려움도 많다. 신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재벌이 뺏어가고 지적재산권이 보호되지 않으면 혁신은 어려워진다.

이 교수=창업 활성화에 대한민국의 발전 여부가 달려 있다.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도 100대 기업 중 상속 기업은 20%, 창업이 80%라고 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상속기업이 80%다. 중국에선 대학 졸업자 700만명 중 350만명이 창업에 뛰어들어 하루 평균 1만개 이상의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들에게 물어보니 평균 2.8회 만에 성공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창업은 신용불량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된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에서 혁신안전망은 대단히 중요하다. 창업자들이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도록 다음 정부에서 중점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김 교수=부패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체는 사회 곳곳에 있는 특권 카르텔이다. 특권을 가진 사람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자신들의 사익을 극대화하는 현상이 사회 도처에 있다. 이런 카르텔을 깨지 않으면 양극화를 없애기 힘들다. 그걸 정치권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성장과 분배를 조화롭게 할 수 있는 주체는 곧 사람이다. 인적 자본에 투자를 해야 성장에 도움이 되고 기업의 경쟁력도 올라간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국가에도, 국민에도, 기업에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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