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연동 안되고 일부는 작동불능
운영사 “안내문 부착ㆍ환경개선 추진”
공중전화 부스 자리를 활용해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긴급피난처를 제공한다는 도심 속 안전지대 ‘세이프존’. 공중전화 유지관리 등을 하는 KT링커스가 운영하는 세이프존이 도심 속 쓰레기장으로 전락했다. 별도의 유지관리대책 없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입으로 운영하려다가 여의치 않은 때문이다.
대구 중구 삼덕동의 한 세이프존. 공중전화 부스 1개 크기의 세이프존 안은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벽에 걸린 인터넷전화기의 액정은 깨져 너덜거렸다. 바닥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였다.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빨간 버튼을 누르면 문이 닫히고 경찰이 출동하게 된다”는 안내문에 따라 시험 삼아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경찰이 출동하기는커녕 문도 닫히지 않았다. 바로 옆 칸의 현금자동입출금기가 놓였던 자리에도 전력선과 통신선만 어지러이 널려 있었다. 인근 가게 직원들에 따르면 수개월째 이런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고 했다.
세이프존은 남아도는 공중전화 부스를 개조, 괴한에 쫓기는 여성 등 위급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들어가 버튼을 누르면 문이 닫히고, 사이렌이 울리면서 자동으로 경찰에 통보돼 출동한다는 도심 속 안전지대다. 천장에는 감시카메라도 있어 괴한이 따라 들어올 경우 자동으로 녹화된다. 오인했거나 상황이 끝나면 녹색 버튼을 누르면 해제된다.
KT링커스 등에 따르면 2014년 10월 달서구 서대구시장 세이프존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10곳에 설치됐다. 하지만 현재 일부 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이는 당초 KT링커스가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뒤 그 자리에 ATM기와 세이프존을 설치하고 ATM기 이용 수수료로 유지관리비를 충당하기로 했지만, ATM기 운영업체 대부분이 지난해 초 저조한 이용실적을 이유로 철수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관할 구청과 유사시 출동의무가 있는 경찰도 존재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중구청 관계자는 “KT링커스가 세이프존으로 도로점용 허가는 냈지만, 관리는 KT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고, 중부경찰서도 “세이프존과 경찰시스템이 연동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백현숙(39ㆍ달서구 용산동)씨는 “안전문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유사시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며 “제대로 관리하든지 아니면 아예 철거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KT링커스 측은 ”서비스 중단 안내문 부착 및 부스 환경관리를 강화해 시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 하겠다”며 “조속히 정상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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