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를 약물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현직 의사가 4개월 전에도 아내를 같은 수법으로 살해하려 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충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아내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약물을 주입해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된 A(45)씨가 지난해에도 아내(45)를 살해하려 했다는 자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조사결과 A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8시 30분쯤 충남 당진시 자신의 집에서 아내에게 수면제를 탄 물을 마시게 해 잠들게 한 뒤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했다. 아내의 심장이 멈춘 것으로 판단한 A씨는 집 바로 앞에 사는 아내의 친척에게 ‘아내가 쓰러졌다’며 119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 아내의 친척 앞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막장 연극’까지 서슴지 않았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다행히 3일 만에 의식을 차렸고, 일주일 만에 일반병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때까지만 해도 가족들은 A씨의 아내가 단순히 심장마비를 일으켰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A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개월 후인 지난달 11일 오후 9시 30분쯤 또다시 수면제와 약물을 이용해 아내를 살해하려 했다. 앞선 범행 때처럼 아내의 친척을 부르고, 119에 신고한 뒤 심폐소생술을 했다. 하지만 A씨의 아내는 4시간쯤 후 결국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병원에선 지난해 11월과 같은 병력으로 판단,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심장마비로 적었다. A씨는 곧바로 아내의 장례를 치른 뒤 화장을 해 범행을 덮었다.

완전범죄로 끝날 뻔한 A씨의 치밀한 범행은 ‘평소 부부싸움이 잦았고, 아내를 잃고도 태연한 A씨가 이상하다’고 판단한 유족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들통났다.
A씨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갑자기 종적을 감췄지만 동선을 집요하게 추적한 경찰에 지난 4일 오후 영동고속도로 강릉휴게소에서 긴급 체포됐다. A씨는 검거될 당시 자신의 몸에 약물을 주입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A씨는 경찰에서 “결혼 이후 가정불화가 계속됐고 나를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범행에 대해선 심장마비였다고 부인하다가 경찰이 수면제 구입 내역 등 각종 증거를 제시하며 추궁하자 결국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재산 등의 문제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A씨를 살인 혐의로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산=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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