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타고 인종차별 분노 확산
항공사 보이콧 운동 거세지며
시가 총액 2900억원 날아가자
“재발 않도록” 허리 굽혀
승객 강제퇴거 논란에 휩싸인 미 유나이티드항공이 사태 이틀 만에 잘못을 인정하며 납작 엎드렸다. 미국, 중국 등 전세계 여론의 분노로 주가가 급락, 3,000억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이 증발한 후였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오스카 무노즈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이틀 전 자사 여객기에서 “강제로 끌어내려진 승객에게 깊이 사과(deepest apologies)한다”며 직원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그는 “우리가 전적으로 책임 지고 문제를 바로 잡기를 바란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허리를 굽혔다. 항공사는 오는 30일까지 정원 초과 예약, 공항 당국과 소통 등에 관한 방침을 재검토할 예정이다.
무노즈의 사과는 사건 이후 총 3번째이지만 이때까지와는 180도 다른 태도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9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대기 중이던 여객기에서 베트남계 남성 승객이 폭력적으로 퇴거 당하는 사태가 발생한 후 첫 사과문에서는 피해 승객을 “재수용”했다는 표현을 써 역효과를 낳았다. 같은 날 두번째 서신에서도 피해 승객이 “공격적이고 (운항에) 지장을 줬다”며 “여러분(직원)을 단호히 지지하겠다”고 말해 대중을 격분케 했다.
경영진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무엇보다 시장의 분노였다. 인종차별 논란이 일면서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항공사 보이콧 운동이 격화하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이 반응, 이날 뉴욕증시에서 유나이티드항공 모회사인 유나이티드 컨티넨탈 홀딩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1.13% 하락으로 마감했다. 한때 주가가 4%까지 급락했으나 무노즈의 사과로 그나마 1%대 하락에 그쳤다. 이로써 유나이티드항공의 시총 약 2억5,500만달러(2,900억원)가 하루 사이 공중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피해 승객이 사안을 법정으로 가져갈 경우 오히려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항공 승객은 탑승 전 약 3만7,000개 단어 분량의 계약서에 동의하게끔 돼 있는데, 여기엔 ‘정원 초과 시 탑승이 거부될 수 있다’‘기장은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승객을 내쫓을 수 있다’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