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C-DRX’ 전국망 적용
속도 저하나 끊김 현상 없어
갤S8은 최대 4시간 늘어
생활필수품 스마트폰의 한계 중 하나는 배터리다. 주기적으로 충전해주지 않으면 꺼져버리는 게 이 기기의 숙명이라, 제조사들은 신제품을 만들 때마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데 주력한다. 그 결과 플래그십(회사를 대표하는 제품) 스마트폰의 평균 배터리 용량은 2013년 2,607밀리암페어(mAh)에서 지난해 2,910mAh로 약 12% 증가하는 등 해마다 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내 LTE 가입자들의 평균 트래픽 사용량은 2,256메가바이트(MB)에서 5,885MB로 260%나 뛰었다. 스마트폰 이용량의 증가 속도를 배터리 용량이 좇아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항상 충전기를 들고 다니며 ‘배터리 사수’를 위해 노력하는 건 일상이 됐다. 이 같은 이용자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KT가 저절로 배터리 소모를 줄여주는 기술을 도입했다. KT는 12일 서울 종로구 KT 사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최대 45% 늘려주는 배터리 절감 기술(C-DRX)을 지난 1일 LTE 전국망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C-DRX는 배터리 용량을 물리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사용 시간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원리는 복잡하지 않다. 데이터를 송수신하지 않을 때는 기지국과의 통신 연결을 끊었다가 할 때만 연결하는 식으로 소모량을 줄인다. 가령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재생할 때, 이용자는 실시간으로 보지만 사실 스마트폰은 4~10초 단위로 영상 데이터를 받는다. 스마트폰이 데이터 수신을 쉬는 동안 통신 연결을 함께 끊어주면 이용자가 보는 데는 문제가 없으면서도 배터리 소모는 줄게 된다.
다만 C-DRX를 적용하면 서비스 속도가 미세하게 느려지는 등 품질이 저하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KT 측은 “지난 2년 간 꾸준한 연구와 시험을 통해 최적의 통신 주기를 찾아냈기 때문에 품질 저하는 거의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배터리가 절감되는 정도는 스마트폰 기종, 이용 환경, 설치된 응용 소프트웨어(앱) 수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KT에 따르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삼성전자 갤럭시S8로 시험한 결과 C-DRX 기술을 적용하면 사용 시간이 기존 대비 3시간13분~4시간27분 늘어났다. KT 관계자는 “다른 스마트폰도 이용 시간이 평균 35~40%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수도권 지역에 해당 기술을 적용한 데 이어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C-DRX 기술 개발을 수년 전 마무리했지만 상용화는 아직 하지 않았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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