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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대통령제 이제 그만, 내년 지방선거서 꼭 개헌”

입력
2017.04.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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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비용ㆍ장기독재 부르는

대통령제 폐혜 전세계서 확인

권력구조 악순환 먼저 고민을”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 를 주제로 2017 한국포럼이 12일 서울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이주영 국회개헌특위 위원장이 '섹션1 : 권력 집중, 어떻게 분산하나' 관련 기조 강연을 진행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 를 주제로 2017 한국포럼이 12일 서울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이주영 국회개헌특위 위원장이 '섹션1 : 권력 집중, 어떻게 분산하나' 관련 기조 강연을 진행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12일 열린 2017 한국포럼 제1세션 ‘권력 집중, 어떻게 분산하나’에 토론 패널로 참석한 여야 의원들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헌법개정을 반드시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권력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이들은 또 차기 정부에선 연립내각을 구성해 협치를 실현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사회자)=제왕적 대통령제를 손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권력구조를 포함해 개헌에 어떤 논의가 담겨야 하는지 말씀해달라.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대통령제의 폐해는 전 세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장기독재를 불러왔고, 선출 과정에 드는 비용도 엄청나 중남미는 대통령을 뽑다가 나라가 망가진다. 미국 역시 경륜 있는 리더를 뽑는 게 아니라 별안간 부각돼 대통령이 되는 경우가 많다. 국회 개헌특위에선 권력구조 방안에 대해 상당히 많은 논의를 거쳤고, 위원들 70% 정도는 의원내각제가 아닌 분권형 정부를 구현할 이원집정부제가 적절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대통령이 상당히 제한된 권한만 행사할 수 있는 오스트리아 방식을 선호한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정치하는 사람들은 다 예외 없이 대통령제는 안 된다고 답한다. 그럼에도 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은 사라지지 않을까. 제도 자체보다 현실의 운용이 더 큰 문제다. 대통령 비서실 수석비서관, 이런 직책들은 헌법에 없다. 그럼에도 일단 자기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 참모진부터 쫙 세우고, 대통령과 수석이 모든 것을 결정하니 내각은 무력화된다. 또 권력기관을 장악해서 정치를 한다. 누구든지 대통령과 직접 거래를 하고자 하고, 사람들은 실세를 찾기 바쁜 것이다. 국회의 기능은 왜곡되는 악순환이다. 사실 30년 동안 이 얘기를 해왔다. 우리 사회가 권력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의 고민보다 도대체 왜 바뀌지 않을까를 논의해봐야 한다.

박 교수=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권력 형성 자체가 승자독식 구조라는 게 문제라는 말씀을 하셨다. 토론자들 발제에서 권력구조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로 나뉘는 거 같다.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설명해달라.

정 의원=권력구조의 기본 틀은 대통령제냐, 내각제냐다. 대통령제를 포기하면 결국 내각제다. 내각제는 영국ㆍ일본의 입헌군주제, 국회가 상징적 존재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독일식, 그리고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뽑는 오스트리아 내각제가 있다. 우리에게 맞는 정부 형태는 무엇일까. 우리 국민들 마음 속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닌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대통령은 직접 뽑고, 국민들은 의회를 언제나 갈아치울 수 있는 형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저도 시기의 문제라고 본다. 결국 우리 사회도 내각제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내각제의 핵심은 입법과 행정의 통합이고 견제와 균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자. 4월 16일 세월호 침몰 당시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국회의원 300명이 한 번도 질문할 수 없었다. 오스트리아, 일본 총리는 국회의원이 물어보면 바로 답변한다. 어떻게 보면 내각제가 훨씬 효율적이다. 문제가 있으면 바로 불신임할 수 있다. 우리는 백만 명이 촛불을 들어야 하는데, 정부와 민심이 어긋나면 바로 내각을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도 국회에 대한 불신이 크다. 그래서 절충안으로는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내각책임제 요소를 강화해 나가는 점진적 진화 과정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박 교수=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4년 중임제를 얘기하고 있다. 대통령제 하에서 다당제와 협치는 자연스러운 관계가 아닌데.

송 의원=민주당이 119석인데 내각을 연립하지 않고서는 정부 운영이 불가능하다. 총리에게 각료 임명권을 주는 등 내각책임제 요소를 강화해서 가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싸우더라도 국가는 유지 발전돼야 한다. 대통령제와 상호 보완해가면 된다.

김의영 서울대 교수=내각제가 신생 민주주의에 맞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아직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권력구조를 원하고 있다. 개헌특위에서 내각제가 논의됐을지 모르나, 국민 생각은 그렇지 않다. 개헌 논의 과정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여론조사나 단순한 공청회를 넘어선 노력이 필요하다.

박 교수=분권형으로 됐을 때, 국민들은 대통령과 총리가 싸우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한다. 불신임 제도를 둬 국회 해산권이 주어지면, 총리가 계속 바뀌는 불안정성도 있다.

이 의원=크게 걱정할 건 아니라고 본다. 분권형 정부에서 우려하는 것은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인데, 사실 내각제가 되더라도 국회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의원내각제를 실시하는 나라에 비해 의원 수가 인구에 비해서 너무 적다. 국회의원 비용을 늘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의원 수 증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정당정치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회주의 정치가 성립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대통령제가 있는 한 정당정치는 제대로 설 수 없다. 여당이 항상 청와대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고,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날라가지 않았나. 대통령제가 바뀌어야 정당정치가 성숙한다고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저는 의회의 나쁜 이미지는 일종의 통치권 차원에서 심어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송 의원=대통령제가 있어서 국회가 기능을 제대로 못 했다고 한다면 내각제에 대한 국민 지지를 얻기 어렵다. 저도 여당 의원 두 번 해봤지만,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했었다. 그런데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비판 기능이 너무 약해졌다. 어떻게 합리적 이성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국정농단 세력을 대놓고 옹호할 수 있나. 이런 국회의원들에게 국민들이 어떻게 권력을 줄 수 있겠나. 국회의원들이 권력과 싸워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박 교수=권력구조와 함께 선거제도도 바꿔야 한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기득권을 지킬 수 있는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 잘 될까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많다. 선거제도 규정을 헌법에 넣자는 의견도 나오는데.

이주영 국회 개헌특위 위원장=원칙은 헌법에 규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의석수를 어떻게 규정할지는 하위 법령에 구현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정 의원=소선거구제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하는데, 외국 사례를 연구해보면 중대선거구제도 문제다. 15% 내지 20% 지지율을 갖고 당선되는 게 보통이고 이는 자기 지역에서 80%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해 보통 소선거구제로 다시 되돌아온다. 저는 선거구제 개편을 위해서 먼저 국회의원 권한의 상당 부분을 지방의회로 넘기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행정구역을 가령 50개로 개편해, 비례대표로 돌리면 국회의원 수도 줄어들고 비례성도 맞출 수 있다고 본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역할만 하고, 지방의회는 지방의회 역할만 하도록 설계를 하는 것이다.

이 의원=심각한 문제가 수도권 비대화, 지방의 공동화다. 그래서 나오는 게 양원제를 해서 지역 대표성을 살리자는 것이다. 이 경우 의원 수 증가가 불가피하다.

박 교수=대선후보들이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약속했다. 그러나 누가 됐든, 차기 정부는 여소야대 국회라 국정이 순조롭게 운영되기 어렵다.

송 의원=문재인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국민의당ㆍ정의당과 연정을 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연합하자고 했는데 안철수 후보가 자강론으로 끝까지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하면 결국 국민의당ㆍ정의당과 협치해서 연립내각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저는 차기 정부에서 개헌이 공염불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개헌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수밖에 없다. 지방선거는 정권 1년 평가인데 여기서 참패하면 국정동력을 상실한다. 문 후보가 제시한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말만 책임총리제가 아니라 국회 동의를 받는 내각책임제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과도적인 이원집정부제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박 교수=그 말씀은 문 후보한테 승인 받은 건가.

송 의원=헌법기관이 그 정도는 말할 수 있다. 그런 승인까지 받으면서 국회의원 할 생각은 없다.(웃음)

이 의원=국민의당과 연정 얘기는 어디까지나 송영길 의원의 일방적 생각이다. 민주당과는 적대관계, 경쟁관계라고 말씀 드린다.

송 의원=민주당과 연정을 안 한다고 하면 필연적으로 자유한국당ㆍ바른정당과 연합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이 의원=선거가 진행 중이라 가정으로 말씀 드리기 어렵고, 국민의당과 민주당은 정책 공조를 95% 이상 해왔다. 대선 후에 상황에 따라 지혜롭게 대처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 교수=헌법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라도, 개헌이 될 것을 가정해서 협치의 국정운영을 할 것이라는 데 두 분 다 동의하신 것으로 이해하겠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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