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2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고양 오리온에 빨간 불이 켜졌다. 오리온은 지난 1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첫 경기에서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61-78로 완패했다. 게다가 삼성은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인천 전자랜드와 5차전 혈투를 치르고 올라온 팀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도 오리온이 4승2패로 앞섰다.
하지만 오리온은 전체적으로 몸이 덜 풀린 듯 손발이 맞지 않았고, 3점슛 성공률도 22%(27개 시도, 6개 성공)에 그쳤는데 베테랑 포워드 김동욱(36ㆍ194㎝)의 공백이 결정적이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김동욱이 무릎 통증이 재발하는 바람에 아직 팀 훈련을 같이 못 해봤다"며 "4강 출전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김동욱은 지난달 초 안양 KGC인삼공사와 경기 도중 왼쪽 무릎을 다쳐 이후 정규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김동욱은 올 시즌 평균 10.0점을 올렸고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4.2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다. 어지간한 포인트가드 못지 않은 경기 운영 능력과 패스 감각을 갖춰 큰 경기에서는 ‘야전사령관’ 역할로 제 격이다. 또 2005~06시즌부터 2011~12시즌까지 삼성에서 뛴 김동욱은 친정팀을 상대로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김동욱은 올 시즌 삼성전 4경기에서 평균 17.3득점을 올렸고, 어시스트도 6개를 곁들였다.
특히 삼성의 지역 방어에 경기 내내 고전했는데 이처럼 경험이 풍부한 김동욱이 있었다면 오리온의 지역방어 공략 효율성은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다. 추일승 감독은 "김동욱의 몸 상태가 생각보다 빨리 올라오지 않고 있다. 아직 팀 훈련도 하지 못했다. 본인도 답답해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김동욱이 없는 상황에서 공격 부담이 가중된 오데리언 바셋의 슈팅 기복도 발목을 잡았다. 바셋은 1차전에서 2쿼터까지 5개 시도한 야투가 모두 림을 빗나갔다. 삼성은 이 점을 이용해 바셋을 막지 않고도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2차전 이후로도 바셋의 슛 난조가 이어진다면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다.
디펜딩챔피언 오리온은 올 시즌 안양 KGC인삼공사와 정규리그 1위 경쟁을 벌이다 2위로 마감했다. 챔피언결정전 2연패에 도전하는 오리온으로서는 시작부터 위기를 맞았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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