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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할라… 전쟁 난다는데…” 한국인 불안장애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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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할라… 전쟁 난다는데…” 한국인 불안장애 늘었다

입력
2017.04.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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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삼성병원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경쟁 압박 20대 남성만 우울증 비율 늘어

성인 4명 중 1명 정신질환 한번 이상 경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회 전체적으로는 우울증 환자가 줄고 있지만, 유독 20대 남성만이 우울증 경험 비율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도 늘었다. 잇단 대형참사로 불안감이 커지는 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으로 부정적인 뉴스가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정신질환은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번 이상 경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2일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는 정신보건법에 근거해 2001년 처음 시작됐고, 이후 5년 주기로 정기적으로 실시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8세 이상 성인 5,10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일상생활이나 직장 생활을 영위하기 곤란할 정도의 중증 우울증(주요우울장애)을 일생 동안 한번이라도 겪을 확률(평생유병률ㆍ18~64세 기준)은 5.1%로 2011년(6.7%)보다 1.6%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평생유병률은 남성 3.0%, 여성 6.9%로 여성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지난 일년 간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일년유병률)은 1.5%(남성 1.1%ㆍ여성 2.0%)로 나타났다. 이를 전체 인구에 대입하면 지난 1년간 우울증을 경험한 사람은 61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우울증 유병률은 직전 조사가 이뤄졌던 2011년과 비교해 남녀 모두 거의 대부분 연령대에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18~29세 남성의 경우 일년유병률이 3.1%로 2011년(2.4%)보다 0.7%포인트 늘어났다. 18~29세 남성의 일년유병률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으며, 이어 18~29세 여성(2.9%), 70세 이상 여성(2.7%)이 뒤따랐다. 이번 조사 책임자인 홍진표 섬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대 남성이 취업난 등으로 사회적 경쟁에서 뒤처지고, 과거와 같은 지위를 차지하기 어려워지면서 정신건강 위기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신장애 유형별로 보면, 다른 정신장애 유병률은 2011년보다 대부분 감소했지만 불안장애의 경우 평생유병률이 2011년 8.7%에서 2016년 9.5%로 0.8%포인트 증가했다. 불안장애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이고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장애’로 정의되며 ▦강박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사회공포증 ▦특정공포증 ▦범 불안장애 등이 포함된다.

불안장애의 일년유병률은 5.7%(남성 3.8%ㆍ여성 7.5%)로 지난 1년간 불안장애를 경험한 사람은 224만명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불안장애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1인 가구 증가와 ▦잇단 대형 참사 ▦모바일 등 통신기기 사용 증가에 따른 부정적 뉴스의 빠른 전파 등을 지목했다. 홍진표 교수는 “최근 전쟁이 임박했다는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지며 심각한 불안을 야기하는 것이 가까운 사례”라고 말했다.

최근 초등학생 납치 살해 사건을 일으킨 인천의 여고생의 관련 병력이 알려지며 관심을 끌고 있는 조현병의 경우, 평생 유병률이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조현병과 조현양상장애, 조현정동장애, 망상장애, 단기정신병적장애 등이 포함된 ‘조현병 스펙트럼장애’는 지난해 평생유병률이 0.5%로 2006년(0.5%), 2011년(0.6%)과 비슷했다. 중증은 아니지만 평생 한번이라도 환청이나 환시, 조정망상, 피해망상과 같은 조현병 증상을 경험한 적 있는 사람은 전 인구의 1.8%(71만명)로 추정됐다.

주요 17개 정신질환(알코올ㆍ니코틴 사용장애, 조현병 스펙트럼장애, 기분장애, 불안장애, 약물사용장애)을 평생 한번이라도 경험해본 비율을 의미하는 ‘정신질환 평생유병률’은 25.4%(남성 28.8%ㆍ여성 21.9%)로 집계됐는데, 성인 4명중 1명은 평생 한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는 의미다. 지난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비율은 11.9%(남성 12.2%ㆍ여성 11.5%)로 나타났다. 이를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470만명에 이른다.

이번 조사에서 반사회적인격장애(사이코패스)나 해리성 정체감 장애(다중인격)와 같은 ‘성격 장애’는 집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성격 장애 환자에게는 설문을 통해 정확한 답변을 얻어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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