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선수단/사진=kt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어차피 우리는 늘 고비다. 그냥 즐기면서 하면 된다."
김진욱(57) kt 감독은 지난 해 말 사령탑에 오른 뒤 한결 같이 '즐기는 야구'를 강조하고 있다. 2015시즌 1군 무대에 진입한 뒤 2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kt와 '즐기는 야구'는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김 감독도 "나도 예전에는 '이기지 못하면 즐길 수 없다. 이겨야 즐기지'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생각을 바꿔 놓은 건 지난 2년간 TV 해설위원 경험이다. 다양한 팀들을 '밖'에서 지켜보며 느낀 바가 많다. 김 감독은 "해설위원을 하면서 보니 즐기니까 이기더라"며 "kt 감독을 맡을 때부터 '성적에 관계없이 즐기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즐기는 야구는 kt에 꼭 필요했던 '처방'이었다. 꼴찌가 익숙했던 kt는 김 감독을 만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패배의식을 걷어낸 kt는 이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훨씬 밝아진 더그아웃 분위기가 대표적이다. 성적은 더 놀랍다. 11일까지 7승2패로 롯데와 공동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 감독은 "즐기니까 된다는 걸 선수들도 많이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빙긋 웃음지었다.
선수들은 자신감을 찾았다. 투수 고영표(26)는 "이기고 지는 걸 떠나 야구를 즐겁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 경기를 져도 내일이 있고, 다음 경기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지는 게 익숙했던 분위기는 더 이상 없다. 그는 "경기를 해도 질 것 같지 않고,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며 "마운드에서 (즐기는 것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주장 박경수(33)는 "번트나 진루타 실패, 본헤드 플레이가 나오면 팀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는다. 하지만 감독님이 그런 부분을 잘 캐치하시고, 실책을 하면 곧바로 불러 '괜찮다'고 해주신다. 선수는 실책을 마음에 두고 계속 신경을 쓰기 마련인데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더 편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야구다. 매일 피 말리는 승부가 펼쳐지는 프로의 세계에서 즐기는 야구가 쉬울 리 없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이제는 많이 즐기고 있다"면서도 "80%는 즐기는 것 같은데 20%는 아직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걸 안다. 김 감독은 "내가 선수여도 그럴 것이다. 내 방망이가 안 맞고 있는데 즐기고 있는 야구가 편히 되겠나.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그 20%도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144경기를 한다. 하다 보면 자신의 것이 다 나오기 마련이다"며 웃음을 지었다.
지금 잘 나간다고 해서, 미래까지 낙관할 수는 없다. kt는 지난 시즌도 초반 5할 승률을 이어가다 5월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 넥센에 이어 LG, KIA를 줄줄이 만나야 하는 당장의 일정도 편치 않다. 하지만 김 감독의 당부는 변함 없다. 김진욱 감독은 "우리는 어차피 이번 주가 고비가 아니라 144경기가 모두 고비다. 그저 즐기면서 우리의 야구를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kt는 11일 넥센전에서 2-12로 대패하며 4연승 행진이 멈췄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을 향해 김진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박수를 치고, 선수단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기든 지든 kt만의 야구를 하며 시즌을 신나게 치러나가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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