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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엔 차만 보여’ 차덕후 기자가 본 분노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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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엔 차만 보여’ 차덕후 기자가 본 분노의 질주

입력
2017.04.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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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잠수함 추격 신은 실제 아이슬란드와 북극에서 촬영했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잠수함 추격 신은 실제 아이슬란드와 북극에서 촬영했다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이 12일 개봉했다. 이번 편은 2001년부터 시작한 ‘분노의 질주(원제: 패스트 앤드 퓨리어스, Fast and Furious)’ 시리즈 중 여덟 번째다. 개봉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미리 관람했다.

가장 반가웠던 건 다름 아닌 감독이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메가폰을 잡은 F. 게리 그레이 감독은 2003년 ‘이탈리안 잡’을 연출했다. ‘이탈리안 잡’은 금고털이범들의 유쾌한 복수를 그린 영화로 특히 석 대의 미니 쿠퍼가 나오는 추격 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때 미니의 운전대를 잡았던 배우가 샬리즈 시어런과 제이슨 스타텀이다. 이들은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에도 비중 있는 배역으로 출연해 개봉 전부터 나의 기대를 증폭시켰다. F. 게리 그레이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영화는 기존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으며 색다르고, 관객들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도미닉은 팀원을 배신하고 사이퍼와 함께 대규모 테러에 가담하게 된다
도미닉은 팀원을 배신하고 사이퍼와 함께 대규모 테러에 가담하게 된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내러티브 역시 기존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가족’에 집중한다. 이번엔 주인공 도미닉(빈 디젤)의 배신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도미닉은 대규모 테러를 계획하는 테러리스트 사이퍼(샬리즈 시어런)와 손잡고 팀원들을 위험에 빠뜨린다. 테러를 위해 EMP와 핵미사일 발사기를 탈취한다. 이야기의 포인트는 도미닉이 왜 테러에 가담했는지, 어떻게 해서 다시 돌아오는지다. 식상한 동기와 당연한 결말이지만 ‘분노의 질주’니까 괜찮다. 그리고 테러 가담의 동기는 후속편의 새로운 전개를 암시한다.

이번 편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다양한 탈 것들이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나오는 도미닉의 빨강 쉐보레 임팔라 SS(1961~1969년 생산)는 시퀀스의 배경이 되는 쿠바와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제작진의 고충도 있었다. 쿠바에는 오래된 차가 많지만, 발 빠른 정비 시스템이 없다. 제작진은 하바나 시가지 레이스 촬영에서 망가질 차를 대신할 17대의 차를 준비했다. 정비 도구와 부품도 트럭 하나에 가득 담았다. 시가지 레이스 신엔 공중에서 촬영한 쇼트가 많이 들어갔는데, 최대한 지면과 가까이 날아 촬영한 덕에 색다른 박진감을 느꼈다.

갑자기 날아든 레킹 볼에 처참하게 부서지는 차들
갑자기 날아든 레킹 볼에 처참하게 부서지는 차들

마약상에게 압수한 차들로 가득한 일명 ‘토이숍’은 보는 것만으로 자동차 마니아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부럽게도 도미닉 팀원들은 토이숍에서 각자 마음에 드는 탈 것을 고를 수 있는 두 번의 기회를 얻는다. 명분은 이렇다. “도미닉을 잡으려면 빠른 차가 필요하니까.”

적의 타깃이 되기 쉬운 오렌지 색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 빙수에 팥 고물을 뿌려 놓은 듯한 벤틀리 컨티넨탈 GT, 레티시아 오르티스(미셸 로드리게스)와 잘 어울렸던 1965년형 쉐보레 콜벳, 은근히 영국인의 자부심을 드러낸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텀)의 재규어 F 타입 R 등은 등장만으로 존재감이 넘친다. 도미닉의 닷지 차저와 플리머스 GTX는 머슬카의 매력을 제대로 뽐낸다. 아울러 미션에 걸맞은 오프로드 머신 랠리 파이터, 기관총을 단 립소 전차, 육중한 몸집으로 설원을 질주하는 아이스 램은 다양성을 더한다. 여기에 마지막 시퀀스에서 ‘끝판왕’으로 등장하는 잠수함은 추격 신 상상엔 한계가 없음을 보여준다.

사이퍼는 주차장에서 차들을 떨어트리며 "비를 내려야지"라고 말한다
사이퍼는 주차장에서 차들을 떨어트리며 "비를 내려야지"라고 말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좀비 타임’이다. 사이퍼는 핵미사일 발사기를 탈취하기 위해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탄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 방탄차를 공격한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육탄전이다. 도심에 있는 차를 해킹해 방탄차를 쫓고 봉쇄한다. 해킹당한 차들의 디스플레이에는 자율 주행 모드가 아닌 ‘자동 주행 모드’가 뜨면서 모든 안전장치들이 해제된다. 수십 대의 차가 사이퍼의 손가락에서 놀아나며 도로에서 쾅쾅 부딪힌다. 특히 건물에서 주차된 차들이 맥없이 떨어지는 장면과 한 무더기의 차들이 동시에 코너를 꺾는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영화와 같진 않겠지만 생각해보면 이와 비슷한 일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자율 주행차가 폭탄 테러에 악용될 수도 있는 일이다.

영화 마지막엔 가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분노의 질주’ 팬이라면 분명히 가슴이 뭉클해질 것이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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