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요금내면 새 단말기 교환’ 사실상의 보험 상품 성격
“금융ㆍ통신업자에도 해당 안돼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지적
삼성전자의 새 휴대폰 갤럭시S8 시리즈 공식 출시를 앞두고 통신사들의 서비스 상품이 ‘유사보험’ 논란에 휩싸였다. 고객들로부터 매월 일정 요금을 받고 1년 뒤 기기변경을 해주는 사실상의 보험상품 운용을 중고폰 유통업체에 맡겨서인데,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할 수 있는 보험업을 무허가 업체가 운용하고 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이 서비스 운용 업체는 금융업자와 통신업자에도 해당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보험업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U+ 등 국내 통신 3사는 오는 21일 갤럭시S8 정식 출시를 앞두고 최근 일제히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SKT는 ‘T갤럭시클럽S8’, KT는 ‘갤럭시S8 체인지업’, LGU+는 ‘U+ 갤럭시 클럽’ 등으로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갤럭시S8을 신청하고 매달 이용료(3,300~5,500원)를 내면 1년 뒤 갤럭시 S9 등으로 바꿔주면서 남아 있는 단말기 할부금액을 면제해 주거나 반납한 중고폰을 출고가의 최대 50% 가격으로 매입을 보장해 준다는 게 서비스의 골자다.
이는 가입자가 수수료를 내고 일정 기간 후 해당 물건을 미리 정해진 가액으로 되팔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실상 보험상품인 셈이다. 보험업계의 상품인 ‘잔존물회수보험’과 운용방식이 같다. 한 통신사 관계자도 “보험상품이지만 금융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통신서비스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서비스의 운용 주체다. SKT의 경우 보험상품 성격을 고려해 모 손해보험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사가 서비스를 운용 중이다. 하지만 KT와 LGU+는 서비스를 중고폰 유통업체인 A사와 B사가 운용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통신사 대리점 등을 통해 이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들이 매월 내는 수수료를 받고 1년 뒤 중고폰을 매입하면서 고객들의 남은 휴대폰 할부금을 통신사에 지급한다. 보험사가 아니어서 자본금, 재무건전성, 자산운용, 보험 모집 등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할 뿐 아니라 통신사도 아니어서 방송통신위원회나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이런 유사보험 논란은 법적 분쟁으로 비화했다. 모 손보사는 이들 업체에 대한 규제 미비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된다며 A사를 보험업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손보사는 고발장에서 “아무런 규제 받지 않는 자본금 1억원의 회사에 고객 보호조치 없이 수십만~수백만 고객의 수수료를 보관토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위험한 처사”라며 “이러한 비정형적인 보험상품 판매를 무자격업체에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신사 관계자는 “A사의 지급 여력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운용을 맡긴 것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는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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