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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이 필요한 상태일 뿐, 고장 난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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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이 필요한 상태일 뿐, 고장 난 게 아닙니다”

입력
2017.04.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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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인드링크센터장 김성완 전남대 정신의학과 교수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성완 교수. 고영권 기자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성완 교수. 고영권 기자

“조현병의 조현(調絃)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입니다. 조율하면 다시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현악기처럼, 초기에 치료만 잘 받으면 얼마든 문제 없이 지낼 수 있습니다.”

6일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만난 김성완 마인드링크센터장(전남대 정신의학과 교수)은 “조현병은 불치병이 아닐뿐더러 잠재적 범죄자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현병 환자는 자신의 감정과 이성을 조절할 수 없어 범죄 위험성이 크다’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병의 원인은 유전이나 태아 시기 바이러스 감염, 아동기 사회적 스트레스 등 다양하다”면서 “당뇨나 암처럼 누구나 앓을 수 있는 병의 일종“이라고 했다.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공격성 역시 단기적인 증상에 불과하고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조현병은 한마디로 ‘외부 자극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상태’다. 뇌신경 계통에 이상이 생기면서, 지나가는 소음과 의미 없는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정신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라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자신만 쳐다보는 것 같고, 자신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보내거나 공격을 하려는 것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주변인들에 대한) 오해와 의심이 심해지죠.”

그는 “오해와 의심이 누적돼 발생하는 망상과 환각이 조현병의 주된 증상”이라고 말했다. 뇌에 강한 자극이 계속 가해지다 보면 실재하지 않는 자극이 진짜인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 때가 있는데, 조현병 환자들은 특히나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어도 자신이 공격 당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게 되는 식이다. 지난해 5월 지하철2호선 강남역 인근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김모(34)씨가 “여성들이 내 앞에서 의도적으로 천천히 걸어서 나의 출근을 늦게 한다”고 말한 것이 망상의 대표적 예시로 꼽힌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망상 등도 결국은 호르몬(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라며 “치료를 통해 정상 분비를 하게 하면 얼마든지 안정시킬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김 교수는 경찰이 범죄자의 조현병 병력을 쉽게 공개하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사람들의 편견이 강해질수록 조현병 증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기보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전문가와 최대한 빨리 접촉시키려는 사회적 분위기 마련이 중요합니다. 우리 이웃이고, 나를 포함해 누구나 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게 중요하죠. 격리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김 교수의 조언이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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