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탈문화예술연맹 결성 주도
60여 개국 140여 회원ㆍ단체
2014년 유네스코 국가자문기구
문화 DNA 세계탈문화지도 작성
“탈은 세계 보편적 문화ㆍ도구…
탈 매개 국제문화교류 활성화”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 세계 탈문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7년 시작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3년 연속 문화관광부선정 대한민국 대표축제에 오른 뒤 명예대표축제를 거쳐 글로벌육성축제로 승격했다. 2006년 세계탈문화연맹을 주도적으로 결성해 유네스코 국가자문기구로 인가 받았다. 최근에는 탈을 매개로 안동이 국제문화교류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탈은 세계 보편적인 문화이며 각 문화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화도구로 평가 받고 있다. 세계 어디든 탈을 만날 수 있고, 이런 탈은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잘 나타낸다. 탈을 썼을 때 느낄 수 있는 자유와 평등은 인류가 지향하는 또 다른 세계관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동시는 이 같은 탈의 특성을 살려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세계탈문화예술연맹을 결성했다. 2006년 9월 24개국 40여 개 회원 및 단체로 출범한 연맹은 최근 60여 개국 140여 개의 회원ㆍ단체로 성장했다. 5차례의 세계총회와 수 차례의 탈 관련 국제학술대회 및 세계 탈 전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안동시가 국제문화교류의 거점으로 부상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연맹의 주된 사업은 탈과 연관된 문화 가치를 집적하기 위한 조사ㆍ연구 활동이 기본이다. 지속가능한 창작활동을 수행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탈문화 보존과 연구 활동은 미래를 위한 가치 생산의 기반이 돼야 더 큰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연맹의 연구조사는 공동체사회의 근간에 두고 탈과 연관된 설화와 의례, 탈 제작 과정과 탈의 상징, 탈을 이용한 음악ㆍ미술ㆍ무용 등 연행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동시에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국가별 탈 관련 축제 지원과 전시, 학술대회 등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안동시는 2006년 이후 해마다 열리는 국제학술대회와 워크숍, 공연ㆍ전시회에 참가해 탈문화의 저변확대는 물론 안동의 국제교류역량 강화에 기폭제로 삼고 있다. 태국 방콕(2009년), 인도네시아 발리(2011년), 부탄 국제학술대회(2013년), 2015년에는 중국 상하이 사회과학원과 공동으로 학술대회 및 총회 등을 통해 안동의 탈문화를 전세계에 알렸다. 연맹은 지난해 열린 라오스총회를 앞두고 한국의 전통 및 창작탈춤과 케이팝 공연까지 열어 한류를 전파하기도 했다.
최근 탈 연맹의 최대 핵심 사업은 ‘세계탈문화지도’ 제작. 탈은 인류 보편적 문화인 만큼, 탈문화지도는 문화의 DNA를 파악하는 작업이나 마찬가지다. 국가단위에서 문화권역, 나아가 지역 공동체ㆍ마을 단위로 세분화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인류문화의 축적된 인지 가치와 지향 가치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서, 가치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공존의 지구촌을 만드는 토양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부터 경북도와 안동시의 예산지원을 받아 세계탈아카이브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전 세계 각 지역의 탈에 대한 각종 자료를 수집한 뒤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3D 입체기법, 영상기법을 활용한 문화콘텐츠를 제작하고 궁극적으로 세계탈 전자지도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이 같은 콘텐츠를 대중과 공유하기 위한 세계 탈 전시 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탈 연맹은 문화다양성 가치 구현과 국제적 위상 제고를 위해 2014년 6월 유네스코 비정부기구(NGO) 국가자문기구로 인가를 받았다. 영남권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로부터 인가 받은 NGO다. 탈을 매개로 인류가 축적한 문화에너지를 함께 공유하고, 미래에도 풍부한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유네스코 제6차 무형유산보호 협약 총회 및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 비정부기구 포럼(프랑스 파리)과 제11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협약 정부간위원회(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참가했다. 지난 2월엔 안동에서 탈문화예술연맹과 세계무술연맹, 무형문화연구원, 국제무형유산도시연합 등으로 구성된 국내 유네스코 인가 NGO 협의회 워크숍을 열어 지속가능한 발전과 NGO의 역할 등을 모색했다.
지난해엔 중국 내 영향력 있는 젊은 기업가들의 모임인 ‘정영회’ 상무부회장 일행 등 10여명이 연맹을 통해 안동의 전통문화를 체험했다. 또 중국 세계관광홍보대사 국제조직위원회 안동방문, 중국 베이징 여행천망그룹 이사장 일행과의 상호 방문을 통해 중국 여행위성방송과 ‘유커’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청두시 천극원, 지린성 옌지시의 인민정부 및 문화방송보도출판국과도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맹은 최근 중국뿐 아니라 차기 총회 개최지인 라오스를 비롯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프랑스, 벨기에, 불가리아 등 회원국 탈 관련 기관과 교류를 확대하는 등 유네스코 인가 기구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탈 연맹은 대한민국 탈춤제와 봉산탈춤 80주년 사리원 기념학술대회에 참가하고, 한국탈춤단체총연합회 등과 힘을 모아 하회별신굿탈놀이 등 한국의 탈춤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에 나섰다. 내년에 1차 등재를 목표로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등재 추진 학술대회를 여는 등 체계적인 등재 전략을 수립 중이다. 연합회는 가중요무형문화재 13개 탈춤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밖에 연맹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비예산 지원으로 영호남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도시인 안동과 전주에서 영호남 창작탈ㆍ세계탈 전시, 창작탈춤ㆍ전통탈춤 공연, 창작탈의 지역브랜드 산업화 세미나, 지역 문화 인력양성 아카데미 등 문화인재 양성사업을 수행하는 등 탈문화를 통한 영호남 문화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권영세 세계탈문화예술연맹회장은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까지 연맹이 세계탈문화를 선도하고 국제기구로서의 그 기틀을 마련한 시기였다”며 “올해부터 10년은 영남 유일의 유네스코 인가 NGO 국제기구로서 역할의 충실한 이행과 세계탈문화지도를 완성해 탈문화에 대한 예술적인 가치를 재창조하고 세계화에 더욱 매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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