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ㆍ심상정ㆍ박지원ㆍ송영길 만나 주장 되풀이
중국 경제보복 조치 지적엔 모르쇠로 일관
오로지 사드였다.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11일 대선 캠프를 휘젓고 다니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반대 마케팅에 혈안이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는 시종일관 부인하며 거드름을 피웠고, 차기 정부와 으레 조율해야 할 한중 관계의 미래 청사진은 뒷전으로 밀렸다.
우 대표는 먼저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를 만나 설전에 가까운 신경전을 벌였다. 유 후보가 “사드는 순수하게 자위권 차원의 방어용 무기”라고 말을 꺼내자 우 대표는 헛기침을 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 후보가 “경제적으로 중국이 한국에 취하는 여러 조치들에 대해서는 빠른 시간 안에 해결이 되면 좋겠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하자, 우 대표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언짢은 기색이었다.
그러면서 우 대표는 “사드 시스템은 한국 것이 아닌 미국 것”이라며 “중국은 한국에서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드가 배치되면 중국 북부 지방 절반 정도는 X-밴드 레이더 탐지범위에 포함된다”면서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우 대표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만나서는 작심한 듯 발언의 강도를 높였다. 우 대표는 “한반도의 긴장과 전쟁 위험성이 고조되는 것은 그물도 찢어지고 물고기도 죽고 물도 오염되는 것”이라고 경고하며 책임을 떠넘겼다. 또 사드 보복조치에 대해 “중국 국민의 자발적 행동이고 정부의 행위가 아니다”면서 “중국 정부는 한 번도 금한령을 발동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이에 심 후보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사드 배치에 대한 재검토가 국회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지금 한중 국민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는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우 대표는 요지부동이었다.
우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양측은 표면적으로 한중 관계를 화두로 꺼냈지만 실상은 사드를 둘러싼 날카로운 견제구가 오갔다. 박 대표는 사드 반대 당론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뒤, “(한국의) 국민 정서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우 대표가 잘 인지해 외교적으로 해결하길 바란다”며 점잖게 충고했다. 중국의 오만한 보복조치로 국내에서 사드 찬성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박 대표는 또 “우리는 도랑에 든 소라 미국 풀도 먹어야 하고 중국 풀도 먹어야 한다”면서 “중국의 경제제재가 극심해져 25년간의 한중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재차 펀치를 날렸다.
이에 우 대표는 재차 X-밴드 레이더의 위험성을 거론하더니 “한국이 미국의 사드 배치에 동의하는 것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큰 불만이 되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가 원하는 국면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우 대표가 이어 한중 관계의 발전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이미 사드 문제로 뒤틀린 상황에서 한낱 ‘립 서비스’에 지나지 않았다.
우 대표는 문재인 후보 선대위 송영길 총괄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사드 타령을 늘어놓았다. 송 본부장이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고 새 정부 탄생을 앞둔 시점에서 중국의 보복 제재가 철회되기를 요구한다”고 밝히자, 우 대표는 "이렇게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것은 한국 측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이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에둘러 우리 측을 압박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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