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국 유력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 압박 기조와 어긋나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미국 외교 전문지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10일(현지시간) 전ㆍ현직 관리와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을 인용, 한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선두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대북 정책이 트럼프 행정부와 일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FP는 지난 10년간 북한과의 협상에 부정적이고 강한 압박을 강조했던 한국 보수정권은 미국 정부와 ‘찰떡 공조’를 했지만, 두 후보의 대북 정책은 이와 대조적이라고 소개한 뒤 임박한 한국의 정권교체는 지금까지 즉흥적 정책과 임시변통적 군사행동을 한 백악관에 능숙한 외교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P는 문 후보는 1998~2008년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의 오랜 지지자이며, 안 후보는 비록 문 후보보다는 중도적이지만 역시 북한과 대화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엘리 라트너는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 의견이 어긋날 위험이 확실하게 커졌다”고 밝힌 뒤 북한을 좀더 가혹하게 대하자는 미국 정부 제안을 한국 정부가 거절하는 ‘험난한(troubling) 시나리오’ 를 예상했다. 이로 인해 중국이 북한정권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것이라고 예상한 그는 “한국 방어를 위해 미군 수만명을 주둔시키고 있는데 동맹국 한국이 자신의 대북 접근법을 지지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가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라고 반문한 뒤 “트럼프가 ‘우리가 왜 한국에 군대를 둬야하나’라고 자문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국의 정치풍향 변화를 우려하지만, 한국 정부가 반미 정서가 최고조에 달하고 북한 위협이 지금보다 덜 했던 2000년대초와 같은 대북 유화정책으로 되돌아가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북한의 핵ㆍ미사일 기술 발전 등으로 북한에 대한 여론이 보수화됐으며, 이로 인해 대화를 강조하는 두 후보의 대북 정책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다뤘던 백악관의 한 전직 고위 관리는 “한국이 협상을 시도하겠지만 북한은 이를 시간 벌기로 활용할 것”이라며 “지금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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