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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재산 베풀고, 시신까지 기부한 ‘우동 할머니’

입력
2017.04.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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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김복순장학기금’ 수여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혜진(25) 학생, 故 김복순 여사의 둘째 딸 심명희씨, 지인 권현자씨, 이세지(20) 학생, 정진영 대외협력부총장. 경희대 제공
11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김복순장학기금’ 수여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혜진(25) 학생, 故 김복순 여사의 둘째 딸 심명희씨, 지인 권현자씨, 이세지(20) 학생, 정진영 대외협력부총장. 경희대 제공

11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본관 소회의실에선 특별한 장학기금 수여식이 열렸다. 서울역에서 우동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경희대에 기부하고 2007년 세상을 떠난 ‘우동 할머니’ 김복순(사망 당시 82)씨의 이름을 딴 ‘김복순 장학기금’을 전한 자리였다.

경희대에 따르면 김씨와 경희대의 인연은 1988년 시작됐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던 김씨가 경희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아 회복된 게 계기였다. 10년 뒤인 1998년 지병이 완치 단계에 접어들자, 김씨는 경희대에 자신의 빌라를 기부하고 사후엔 시신까지 기증하기로 약속했다. 이와 별도로 2002년엔 어려운 학생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한다며 현금 8,800만원을 경희대에 기부하기도 했다.

김씨는 2007년 세상을 떠나면서 경희대에 했던 약속을 지켰다. 경희대엔 자신의 명의로 남아있던 당시 시가 2억7,000만원 상당의 빌라를, 경희의료원엔 자신의 시신을 의료 연구에 쓰라며 내놨다. 경희대 측은 이날 “빌라가 최근 매매돼 10년 만에 장학기금이 마련됐다”며 “매 학기 2명씩 장학생을 선발해 각각 150만원씩 수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인생은 이처럼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같았다. 경희대와 인연을 맺기 전엔 자신의 고향인 경남 거제도에 있는 창호초등학교에 책상과 의자 등 학교 용품을 꾸준히 기부했고, 50여년 전부터 고아였던 어린 아이 3명을 자신의 딸로 거둬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시켰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말이다.

이날 김복순 장학기금의 첫 수여자로 선발된 김혜진(25)씨는 “이 돈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할머니의 뜻을 가슴에 새겨 항상 더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지 살피고 베풀겠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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