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기(45)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은 ‘초보’ 같지 않은 초보 사령탑이다. 2015~16시즌 감독 대행으로 시작한 그는 정식 감독 첫해인 2016~17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김 감독은 내친김에 통합 우승을 외쳤다. 단기전 승부는 사령탑의 역량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큰 경기 경험이 적은 감독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김 감독은 “감독된 지 2년 됐지만 코치로 10년 경험이 있다”고 자신했다.
김 감독이 자신한 대로 통합 우승을 이룬다면 프로농구의 새 역사를 쓴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 챔피언 결정전 정상에 오른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김 감독은 원주 TG(현 원주 동부)에서 현역 선수로 뛸 때인 2002~03시즌 챔프전 우승을 경험했고, 코치로 변신한 2007~08시즌 역시 동부에서 우승 반지를 꼈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사령탑으로서 정상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선수, 코치 시절 우승을 경험하고 감독이 된 경우는 김승기 감독 외에 강동희 전 동부 감독,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이 있다.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던 김 감독은 더욱 강해졌고, 과감해졌다.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올해 ‘만수’ 유재학(54) 감독이 이끄는 울산 모비스를 만나 1년 전과 다른 지도력을 발휘했다. 플레이오프가 처음인 신인 가드 박재한(24)을 지난 10일 열린 1차전에 주전으로 깜짝 기용해 모비스의 ‘심장’ 양동근(36)을 묶었다.
또한 앞 선부터 압박하는 유 감독의 공격적인 수비에는 더 화끈한 공격으로 맞불을 놓았다. 그 결과 1차전을 먼저 잡았다. 유 감독은 “KGC인삼공사는 약점이 없다”며 “전력도 그렇고 벤치도 강하다”고 김 감독의 지도력을 높게 평가했다.
챔프전 진출을 위해 75%의 유리한 확률을 가져간 김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밖에서 볼 때 모비스가 우리에게 도전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도전자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1차전에서 3쿼터 한 때 18점 차로 여유 있게 앞서던 경기를 4쿼터 들어 4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한 것이다. 김 감독은 “후반전이 엉망이었다. 점수가 벌어지니까 선수들이 해이해졌다”며 “정규리그 때부터 항상 얘기했는데 자꾸 이런 장면들이 나온다. 이 부분을 다음 경기에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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