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반도 해역에 출동시킨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에 김일성 생일(4월15일)을 전후로 시험 발사가 예상되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공해상에서 요격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요격은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도 검토됐지만, 작전 과정에서의 확전 가능성 우려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외신과 군 관계자들은 칼빈슨호가 금주 주말(15~16일)께 한반도 인근에 도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주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11일 정보 소식통을 인용, ‘북한이 15일 전후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수 있으며, 미국은 이를 격추할 만반의 준비가 됐다는 의사를 호주와 동맹국들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또 호주 북부 ‘파인 갭’ 지역의 미국ㆍ호주 합동 군사시설에서 비상 대기 요원들이 북한 미사일 발사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격 명령이 사실이라면, 대북 군사압박을 ‘선제타격’ 직전단계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또 북한이 이를 무시하고 시험발사를 강행할 경우 군사적 긴장 수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유명 군사전문 칼럼니스트인 타일러 로고웨이도 트럼프 정권의 새로운 군사압박 카드로 공해상에서의 미사일 요격 가능성을 예상했다. 단순히 전략무기를 증강 배치하는 기존의 ‘저강도’ 군사 압박보다는 위험하지만, 선제타격 혹은 특수부대 침투 등보다는 북한의 군사보복 확률이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칼빈슨 전단의 이지스 구축함이 고각으로 발사되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며 “(성공할 경우) 비행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북한의 미사일 기술 개발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은 차치하고, 미국의 미사일 요격이 김정은 정권의 강력한 반발과 군사대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올해 초에도 당시 오바마 정권의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북한의 시험 발사가 예상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가능성을 언급하자,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게 될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카터 장관도 논란이 확산되자, “북한 ICBM이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할 때만 요격할 것”이라고 발언을 수정했다.
워싱턴 관계자는 “미국이 이전보다 강경한 대북 ‘레드라인(금지선)’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대응 여하에 따라 한반도에서의 긴장 수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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