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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거꾸로 가는 전자책

입력
2017.04.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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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주목을 받은 것 중 하나가 전자책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휴대용 디지털기기의 보급으로 전자책이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었다. 여기 맞춰 아마존, 예스24 등 국내외 온라인서점들은 전용 전자책 단말기까지 만들어 보급했다. 덩달아 종이책은 전자책에 밀려 쇠퇴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크게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전자책보다 종이책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출판협회(AAP)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미국의 종이책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반면 전자책은 판매량이 20% 줄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달 초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자책 판매가 줄어드는 이유를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늘면서 디지털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가격이다.

전자책을 구입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직까지 전자책 가격은 종이책에 비해 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전자책은 출판사에서 특별 할인하거나 아주 오래된 책이 아닌 이상 종이책 정가보다 대략 20% 정도 저렴할 뿐이다. 이용자들로서는 전자책이 종이책처럼 인쇄비가 드는 것도 아니고 서점 판매를 위한 유통비가 드는 것도 아닌데 불과 20% 할인에 그치는 것을 납득하기 힘들다.

해외에서도 비싼 가격을 전자책 보급의 걸림돌로 꼽았다. 미국의 전자책 전문 분석 사이트인 굿e리더닷컴은 미국에서도 비싼 가격 때문에 전자책 이용자들의 불만이 많다고 분석했다.

더러 가격보다 사람들의 책 읽는 습관을 문제 삼기도 한다. 종이책에 익숙해서 전자책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리가 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전자책은 낯설다. 책장을 넘길 때 손 끝에 전달되는 종이의 느낌과 서향(書香), 책장에 꽂아 놨을 때 전시효과 등은 분명 전자책에서 찾기 힘들다.

하지만 첫 만남의 어색함과 이질감을 극복하면 전자책은 더 할 수 없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보관과 휴대의 편리함은 종이책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다. 장서가들은 집을 늘리지 않는 한 항상 보관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 오죽했으면 일본의 오카자키 다케시는 책을 버리라고 강조한 ‘장서의 괴로움’이라는 책을 냈다.

반면 전자책은 전용 단말기나 태블릿PC, 스마트폰 용량에 따라 수천 권, 수만 권을 저장할 수 있다. 찾기도 쉽다. 종이책은 많이 쌓이면 도서관 수준으로 정리하지 않는 이상 어디에 꽂아 놨는 지 찾기 힘들다. 전자책은 간단하게 제목이나 작가명으로 쉽게 검색할 수 있다.

특히 여행 등 이동할 때 여러 권의 책을 가져갈 경우 전자책이 진가를 발휘한다. 종이책을 서너 권 가져가려면 제법 무게도 나가고 가방 속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더구나 요즘 전자책들은 기능이 개선돼 종이책처럼 밑줄 긋기나 메모 및 책꽂이도 할 수 있고 그림, 사진 등도 종이책과 똑같은 상태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양쪽 페이지에 걸쳐 이어 붙인 그림이 등장하는 만화책, 그래픽노블, 각종 사진이 실린 서적들도 전자책으로 출간된다.

그러나 이처럼 편리한 전자책의 장점들을 일거에 날려 버리는 것이 바로 비싼 가격이다. 출판사들은 전자책의 장점을 앞세워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비싼 가격을 고수하느라 상실하고 있다.

물론 출판사들은 더 벌 수 있는 종이책 판매를 선호해 전자책 값을 내리는 것을 주저할 수 있지만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오래된 책이나 품절, 단종된 책은 전자책으로 내 볼 만 하다. 이런 책들은 오히려 전자책을 통해 다시 회생할 수 있다.

결국 전자책과 종이책은 함께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선결 조건은 가격 인하다. 전자책 판매량이 지금보다 늘어 나려면 종이책 대비 절반 정도로 가격을 낮춰야 한다. 시장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출판사들이 전자책의 가격 인하를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최연진 디지털콘텐츠국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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