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만점 호평에도 판매 부진
해외서 잘나가는 현대차 i30ㆍi40
국내선 ‘차=신분지위’ 인식으로
지난달 고작 620대ㆍ12대 팔려
내달 르노삼성 ‘클리오’시작으로
현대차 N브랜드 첫 모델 i30N
BMW GT 왜건 등 신차 줄이어
뉴디자인ㆍ고성능으로 반격
‘12대, 620대.’
국내 대표적 왜건, 해치백 차량의 3월 판매 실적이다. 레저열풍을 타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많은 짐을 싣고도 SUV에 비해 더 잘 달리는데도 국내에선 짐차 취급만 받고 있는 셈이다. 일부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이런 통념을 깨기 위한 신차 출시가 잇따르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1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의 해치백 모델인 신형 i30은 지난해 9월 출시된 이후 2월말까지 해외에서 1만7,880대가 팔렸다. 반면 국내에선 10월 507대가 판매된 이후 매월 급감하며 1월 71대로 출시 넉달 만에 10분의 1수준까지 판매량이 급감했다. 현대차가 전달에 비해 20.1%가 더 팔린 3월에도 i30은 620대 판매에 그쳤다. 형제 모델인 아반떼가 7,000대가 팔린 것과 대조적이다.
신형i30는 독일 아우토빌트지와 아우토자이퉁지가 최근 실시한 유럽 준중형 해치백 5개 차종 비교 평가에서 오펠 아스트라, 마츠다 3, 르노 메간, 푸조 308 등을 제치고 1위를 하며 “견고하고 실용적으로 잘 만들어진 성공적인 차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왜건인 i40는 더욱 처참하다. 올해 1월 8대, 2월 7대, 3월 12대에 그쳤다. 현대차가 가장 잘 만든 차라고 자부하는 차량이지만 판매량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선 매달 1,500~2,500대 가량 꾸준하게 팔리고 있다.
해치백과 왜건은 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여서 짐을 세단보다 많이 실을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치백의 경우 보닛, 사람이 탑승하는 본체, 트렁크로 이어지는 3박스 형태인 세단과 달리 본체와 보닛 등 2박스 형태로 이뤄져 상대적으로 전체 차체 길이가 짧기 때문에 운전하기 쉽고 주차도 편리하다. 뒷좌석을 접으면 큰 짐도 실을 수 있어 실용 만점인 차량이다.
왜건은 세단 트렁크를 SUV처럼 위로 확대해 적재공간 활용도가 극대화돼 있는 게 특징이다. 짐이 많거나, 야외 레저활동이 잦은 운전자에게 제격이다. 완성차 업체에 따라 투어링, 에스테이트, 바리안트, 아반트 등으로 이름을 달리하며 개성을 드러낼 만큼 완성차 업체들이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차량이기도 하다. 주행성능도 SUV가 큰 부피와 무게 탓에 가속 성능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세단처럼 민첩하다.
이런 장점에도 외면 받는 것을 보면 결국 ‘차=신분지위’라는 인식이 아직도 국내 시장에서 강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폭스바겐, 볼보, 푸조 등 수입 브랜드가 주력모델을 해치백, 왜건 등으로 내세우며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폭스바겐의 대표차량인 ‘골프’는 디젤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5년에만 해도 국내에서 9,501대를 판매했다. 주력 모델인 ‘골프 2.0 TDI’는 2014~2015년 2년 연속으로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4위에 올랐을 만큼 인기가 높다. BMW, 벤츠 등도 1시리즈, AㆍB클래스를 해치백 전용으로 제작ㆍ공급하고 있으며 중대형급에는 세단과 함께 왜건을 라인업에 배치하며 적극적으로 판매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아직도 차량을 과시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 유난히 세단, 중대형차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자 취향을 적극 공략하지 않은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디자인, 성능 등으로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지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이 지난 9일 폐막한 서울모터쇼에서 해치백 모델 ‘클리오’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며 “클리오의 사랑스런 디자인과 감성이 잠재된 해치백 시장을 깨울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 국내 5개 완성차에서 내놓는 해치백은 현대차 i30ㆍ벨로스터ㆍ아이오닉, 한국지엠 아베오 등에 그치고 있으며 왜건은 현대차 i40가 유일하다. 판매가 부진하니 업체들은 새 모델을 개발하지 않아 더욱 안 팔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런 악순환 구조가 향후 과연 깨질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고급스러움에 전천후 성능을 더한 볼보 ‘크로스컨트리’(왜건)가 최근 출시된 데 이어 5월쯤 르노삼성에서 클리오(해치백)를 내놓을 예정이다. BMW에선 뉴 3시리즈GT(왜건)ㆍ뉴 GT(왜건)를, 현대차에선 고성능 브랜드인 N 첫 모델로 i30N(해치백)을 각각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차량은 이동수단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왜건, 해치백 모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점차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완성차업체들도 디자인 변화와 성능 향상, 적절한 가격측정 등으로 소비자 니즈에 맞추려는 노력을 좀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