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한독 고객사랑팀
당뇨병 수감자 문의에 손편지
“가끔 욕설하는 분들도 있지만
고객 대응은 꼭 필요한 일이죠”
‘감정노동’은 참 고되다. 생면부지의 누군가에게 욕 듣고 무시 당하면 당장 그만두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전문지식까지 겸비해야 한다면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약사와 생명공학 석사, 간호사 셋이 뭉친 제약사 한독의 고객사랑팀은 그 어려운 일을 4년째 해내고 있다. 한독 사장실에 최근 날아온 한 통의 편지가 이 팀의 진정성을 보여줬다.
1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독 본사에서 만난 이성주(48) 고객사랑팀장은 충남의 한 교도소에 복역 중인 수감자와 주고받은 손편지를 꺼내 들며 “증상이 상당히 나아졌다고 해 보람을 느낀다. 내년 출소하면 회사로 한번 초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객사랑팀이 수감자의 편지를 처음 받은 건 2014년 11월. 사업하다 탈세 죄목으로 구속됐다는 수감자는 25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교도소에서 약을 제대로 못 구하니 도와달라는 편지를 한독에 보냈다. 고객사랑팀은 수감자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교도소 규정상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답신을 보냈다. 의사 처방 없이는 제약사도 약을 직접 보내줄 수 없다는 설명과 함께 당 수치 조절법 등을 상세히 적었다.
이 팀장은 “수감자가 다른 여러 제약사에 비슷한 편지를 보냈는데, 답신이 없거나 제품소개서만 출력해 보내는 등 성의 없게 대응해 실망이 컸던 모양”이라고 전했다. 이후 수감자는 교도소에서 처방 받은 약의 성분과 복용법, 부작용 등을 편지로 3차례 더 문의했고, 그 때마다 고객사랑팀은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그림 자료 등을 동봉한 답신을 꼬박꼬박 보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김철준 한독 사장 앞으로 수감자의 손편지가 도착했다. “정성을 담은 글과 자료를 보내줘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됐다”는 내용과 함께 “다시 사업을 한다면 이 팀처럼 고객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직원들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수감자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한독 고객사랑팀은 한 달에 1,000여건의 문의를 처리한다. 의학과 법학 지식이 바탕이 돼야 하는 전문직인데 고객에게 온갖 불평에 욕설까지 듣는다. “팀원들이 가슴이 뛰어 식사를 제대로 못할 때도 많았다”고 이 팀장은 전했다. 영업과 마케팅이 꽃인 제약사에서 고객 대응은 기피 업무다. 그럼에도 약의 품질을 위해선 고객과의 접점이 필요하다는 게 이 팀의 신념이다.
실제로 고객사랑팀은 수 차례 제품 개선을 이끌어냈다. 잘 깨진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었던 위장약은 성분과 제조공정을 바꿔 단단한 제형으로 개선했다. 부정확하다는 오해를 살까 봐 공개하지 않던 혈당측정기의 오차 범위를 설명서에 명기했다. 이 팀장은 “개선될 때마다 문의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며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뿌듯해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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