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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에 미슐랭 ‘이’스타를 즐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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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에 미슐랭 ‘이’스타를 즐기는 방법!

입력
2017.04.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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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글탱글한 면발, 쫀득한 스지, 깊게 우러난 국물의 조화로움을 맛보다.
탱글탱글한 면발, 쫀득한 스지, 깊게 우러난 국물의 조화로움을 맛보다.

점심 시간이다. 다들 맛있게 드시고 있을까? 흔히 말하는 먹자고 사는 인생이다. 아니 살려면 먹어야 하는 순리 앞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하다. 기왕 먹을 거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취하는 게 좋겠다. 사실 누구인들 미슐랭 3스타가 권하는 파인다이닝을 즐기고 싶지 않겠나? 비싸서, 부담스러워서, 드레스코드를 요구하는 격식이 부담스러워서 꺼리게 되는 현실 앞에서 그저 아쉬울 뿐이다. 라이프스타일 담당을 5년 넘게 맡으며 온갖 산해진미를 맛보았기에 식도락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품게 된 경험? 그저 직업운이 좋았을 뿐이다.

타이어 회사가 만든 미식 가이드. 말 그대로 가이드에 활용하면 된다.
타이어 회사가 만든 미식 가이드. 말 그대로 가이드에 활용하면 된다.

여기 미쉐린 가이드가 있다. 유명한 타이어 회사 미쉐린에서 만든 식도락 지침서쯤 되겠다. “아니, 타이어 회사에서 왜 음식 가이드를 만들어?”라는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미쉐린이 아닌 미슐랭이라고 지적하는 분들이라면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을 만들면서 온갖 잡음이 있었다는 현실을 꼬집을 지도 모르겠다. 3스타 리스트에 납득하지 않는 셰프도 종종 봤다. 하지만 오늘의 주제는 심사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니라 셰프의 열정과 맛 그 자체다.

10분쯤 기다렸나? 드디어 나왔다. 임정식 셰프의 포를 향한 탐험의 시작!
10분쯤 기다렸나? 드디어 나왔다. 임정식 셰프의 포를 향한 탐험의 시작!

내가 좋아하는 요리사는 미쉐린 서울 가이드에서 2스타를 받은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와 1스타를 받은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 1스타를 받은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다. 한식으로 규정되는 권숙수의 민어솥밥과 샤슬라 페어링, 밍글스의 장트리오, 정식당의 돌하르방 디저트를 잊을 수 없다. 나 역시 미쉐린이 코리안 컨템퍼러리(contemporary)를 중시해 그들은 무조건 2스타 이상을 받을 거라고 여겼지만 의외의 결과에 의아해했던 터다. 하지만 그곳 모두 지인들을 모아 도란도란 식사하기에는 부담 가는 가격대라는 사실 또한 변함이 없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지라 법적으로도 금지되어 있고.

고수를 요구하니 산더미처럼 갖다 준다. 인심도 넉넉하지.
고수를 요구하니 산더미처럼 갖다 준다. 인심도 넉넉하지.

요즘 주목하는 인물은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다.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우연찮게도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모두 들렀다. 뉴욕 출장길에 지인이 데려간 정식당, 와인을 마시러 찾았던 청담 정식당 모두 만족스러웠다. 호주머니 사정 상 특별한 이벤트를 위한 ‘찬스’에만 쓸 수 있는 히든 카드라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런데 고급 음식의 대명사 같았던 그가 요즘 유별난 행보를 보인다. 제철 식재료를 고수하고 콘셉트를 연구하는 평소의 성실한 자세를 말하는 게 아니다. 1,000인분의 고기를 사서 실험적으로 곰탕을 끓이는가 하면, 전혀 다른 식재료를 써서 새로운 요리에 도전한다. 그러고는 팝업 스토어를 열어 저렴한 값으로 미식 애호가들을 불러모은다.

독자들께 저 국물의 진한 맛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은데… 미처 카메라를 준비 못해 화질이 아쉽다.
독자들께 저 국물의 진한 맛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은데… 미처 카메라를 준비 못해 화질이 아쉽다.

이번에 참가한 팝업 스토어는 포였다. 디지털 채널 소통에 능숙해서인지 이름부터 깜찍한 ‘아이뿨유(I Pho You)’다. 시쳇말로 작명센스 한번 ‘쩐’다. 요리에 미친 셰프의 열정을 익히 아는 터라(게다가 좋아하는 포 아닌가) 무조건 버튼을 클릭하고는 참가비를 송금한다. 고기가 듬뿍 담긴 우리 입맛에 완벽하게 짝짝 붙는 포가 고작(?) 2만원인데 뭘 망설이나!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관계자들의 밤샘 준비 과정을 지켜보는 ‘맛’에서부터 군침이 돋는다.

수육이 예술이다. 생고기를 날로 구워먹는 맛과는 완벽하게 궤가 다르다.
수육이 예술이다. 생고기를 날로 구워먹는 맛과는 완벽하게 궤가 다르다.

지인들을 불러모았다. 한 때 같은 회사에서 근무했던 동료들이자 이제는 매월 한번씩 식도락 여행을 떠나는 소중한 벗이 된 육인회 모임이다. 아쉽게도 아직 어린 아들을 돌보느라 불참한 후배를 뺀 다섯 명이 뭉쳤다. 장소는 여의도 월향, 한국의 전통주 트렌드를 이끄는 부창부수(夫唱婦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였다. 포 다섯 그릇 10만원, 그 자체로도 괜찮았던 짜조 3만원, 페어링은 살짝 아쉬웠지만 독특한 풍미를 지닌 대동강 맥주까지 참가자 입장에서 이건 ‘수지 맞은’ 식도락 여행이었다. 맛? 온갖 부위의 소고기를 탱글하게 감아내어 수북하게 쌓아둔 한 그릇의 포 앞에서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심지어 가격조차 감동으로 다가오는데!

겸연쩍다. 이런 사진을 올리다니. 맛에 대한 내 평가로 받아들이시라. 다들 점심은 맛있게 드셨겠지?
겸연쩍다. 이런 사진을 올리다니. 맛에 대한 내 평가로 받아들이시라. 다들 점심은 맛있게 드셨겠지?

한국인 최초의 미슐랭 스타 셰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임정식 셰프. 행사 마지막 차수에 음식을 먹은 터라 나올 때 우연히 마주쳤지만 우리는 잘 모르는 사이, 그저 고마운 마음으로 목례한 뒤 레스토랑을 나왔다.

셰프는 음식으로 말하고 기자는 펜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단연 그는 최고였고 매번 틀을 깨어내며 성장하는 무서운 저력을 지닌 남자다. 냉면에 푹 빠져서 지낸다는 풍문을 들으니 곰탕과 포로 이어진 팝업 행사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레 풀린다.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그의 냉면을 맛보고 싶다.

최민관 기자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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