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조사결과 12종 검출… 이중 9개는 담뱃갑 표시 없어
국내에서 판매되는 궐련(연초) 담배 연기에서 발암물질이 12종이나 검출됐다. 전자담배에서도 발암물질 2종이 나왔다. 발암물질 흡입량은 흡연 방식에 따라 2~4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담배 유해성분 함유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궐련 담배 연기에서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물질로 분류한 성분이 대거 검출됐다. 정부 차원에서 담배 연기에 포함된 각종 발암물질을 실험을 통해 직접 검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IARC는 발암물질을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1군, 발암 추정 물질인 2A군,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 등으로 분류한다.
궐련에서 검출된 1군 물질은 ▦1-아미노나프탈렌 ▦2-아미노나프탈렌 ▦벤젠 ▦포름알데히드 ▦1,3-부다티엔 ▦4-아미노비페닐 ▦벤조피렌 등 7종이다. 2B군으로는 아세트알데히드, 카테콜, 스티렌, 이소프렌, 아크릴로니트릴 등 5종이 나왔고, 2A군은 없었다. 담뱃갑 경고문구에 적시된 발암물질 7종 가운데 비닐크롤라이드와 비소, 카드뮴, 니켈 등 4종은 이번 연구에서 검출되지 않았다. 표시되지 않은 발암물질 9종이 새로 검출된 것이다.
포름알데히드는 단열제나 접착제 등에 사용되며 피부나 점막을 자극하고 인두염이나 기관지염, 현기증, 질식을 일으킬 수 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염료나 플라스틱 제조 등에 사용되며 눈, 피부, 호흡기를 자극하고 현기증, 구토, 두통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 플라스틱 원료 등으로 쓰이는 벤젠은 노출시 두통과 현기증을 유발하며, 합성고무와 같은 화학제품의 원료인 1,3-부다티엔은 눈이나 피부 호흡기에 자극을 줄 수 있다.
궐련에서는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인체에 해로운 유해물질로 인정되는 니코틴과 타르, 일산화탄소, 시안화수소 등 20개 성분도 검출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유해물질 등의 흡입량이 흡입 방법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담배 필터를 깊게 문 채 1분에 2회 꼴로 연기를 빨아들이는 경우 담배를 얕게 문 채 분당 1회 꼴로 빨아들일 때보다 각종 유해물질이 2배에서 많게는 4배까지 더 인체에 흡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궐련 담배 대용품으로 이용 인구가 늘고 있는 전자담배에서도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가 검출됐다. 액상 상태에서는 미미한 양이지만 가열과 산화를 거친 연기 상태에서는 이런 발암물질 함량이 최대 19배 증가했다. 또 니코틴, 아세톤, 프로피온알데히드 등 비 발암성 유해성분도 나왔다. 이런 유해성분은 폐암뿐 아니라 만성폐쇄성폐질환, 폐기종, 만성기관지염, 관상동맥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식약처 설명이다. 식약처는 “전자담배에서 검출된 발암물질의 양은 전반적으로 궐련 담배보다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개인의 담배 피우는 습관에 따라 실제 흡입량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2년간 실시된 이번 연구에는 전국 7개 권역 담배판매점 20곳에서 수거한 5개 제품(디스플러스, 에쎄프라임, 던힐, 메비우스 스카이블루, 팔리아먼트 아쿠아5) 8,000갑이 활용됐다.
식약처는 앞으로 궐련과 전자담배에 대해 분석할 유해성분을 확대하는 한편, 담배에 포함된 유해물질의 양이 인체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추가로 연구해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세종=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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