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훼손 1년, 인적도 지워진 벽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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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 훼손 1년, 인적도 지워진 벽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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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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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인파 북적이던 관광 명소

주민 5명 “시끄러워 못 살겠다”

지난해 4월 페인트 덧발라

이젠 관광객 자취 사라지고

골목엔 ‘쉴 권리’ 붉은 낙서만

“벽화 복원” “그냥 조용히 살자”

두 갈래 나뉜 주민들 원수 보듯

10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의 지워진 꽃 그림 계단과 물고기 계단. ‘관광지가 되는 걸 반대한다’는 구호가 붉은 스프레이로 쓰여져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봄 날씨가 완연한 10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은 한가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한때 관광객들로 북적거리던 서울의 대표 마을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벽화마을에 오르기 전 평지에 늘어서있던 대형 관광버스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 붉은 색으로 ‘편히 쉴 권리’ ‘조용히’라고 적힌 낙서만이 흉측한 모습으로 골목을 뒤덮고 있었다.

각종 벽화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명소로 떠올랐던 벽화마을이 진통을 겪고 있다. 조용하고 깨끗한 예전 모습을 되찾고 싶어하는 주민들과,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생기발랄한 분위기를 원하는 또 다른 주민들의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마을을 갈라놓고 있다. 그나마 마을을 찾던 중국 등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마저 끊기면서, 마을은 이래저래 울적하다.

벽화마을은 2006년 정부가 2억5,000만원을 들여 마을 곳곳에 70여개 벽화를 그리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예능프로그램 등에 잇달아 소개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까지 나면서 외부인들의 발길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 곳을 자주 찾았다는 권모(41)씨는 “올 때마다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마을을 꽉 채우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상권이 조성되고, 땅값과 집값이 상승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본 주민도 여럿이었다.

빛이 밝으면, 어둠도 짙은 법.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전에 없는 소음, 쓰레기 문제로 “이대로 못살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4월 발생한 벽화 훼손은 이런 불만이 응축된 사건이었다. 주민 5명이 벽화마을 상징이라 여겨졌던 작품 2점(꽃 계단, 물고기가족)에 페인트를 덧발라 망쳤다. 이들에게는 공동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됐고 경찰 조사를 거쳐 재판에까지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올 2월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 총 2,1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주거 환경이 악화했고, 서울시와 관할 종로구청에 수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법원은 공공의 자산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결코 사안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사건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주민들 사이의 틈은 쉽게 봉합이 되지 않고 있다. “(벽화를 훼손한 사람들과) 이젠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거나 “(이 사람들과) 완전히 갈라섰다”고 하는 주민들이 있는 반면, 여전히 조용한 마을을 원하는 주민도 상당수다. 한편에서는 사라진 벽화를 복원하겠다며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벽화 훼손은) 해묵은 갈등이 터진 것이고, 해결은 요원하다”는 게 마을 주민들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중국이 한국관광을 금지하면서 최소한의 활기마저 사라졌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중국인 관광객까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으면서 상점 운영하는 사람들은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며 “최근에만 벌써 두 군데나 장사를 접고 나가는 판인데 마을 분위기가 좋을 리가 있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고즈넉한 풍경에다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모습이 좋아 이화동에 둥지를 텄다는 한 주민은 이렇게 물었다. “이화마을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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