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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회복세로 방향을 틀고 있는 실물 경기와 달리 금융시장과 각종 자산가격을 좌우하는 글로벌 자금 흐름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선진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화려한 외형 뒤에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과 자산축소, 각종 정치적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3조2,920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작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전체 시가총액의 32.4%를 차지하는 외국인의 주식보유 잔액(약 529조원)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처럼 신흥국을 향한 투자 자금의 흐름이 언제 방향을 바꿀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 시간이 지날수록 외국인 매수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1,344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은 금리인상에 더욱 민감한 처지다. 여기에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지난달 회의록에서 언급한 ‘연준의 보유자산(위기 과정에서 사들인 채권 등) 축소 필요성’이 조만간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자금 흐름은 또다시 요동칠 수 있다. 우리로선 부채 충격과 금융시장 혼란을 동시에 겪을 수도 있는 셈이다.
세계적으로도 금융시장은 아직 경기회복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1분기 신흥국 정부ㆍ기업(1,785억달러)과 미국 우량기업(4,145억달러)의 채권 발행 규모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신문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급락했던 채권 투자액이 올 들어 다시 급증한 것은 “글로벌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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