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향한 운명, 7월 도쿄 지방선거에 달려
우익학교 법인 국유지 헐값 매입건이 나오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탄탄대로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10일 일본 언론들은 7월 예정된 도쿄도(東京都)의회 선거가 아베 총리의 정치적 수명을 가늠해볼 수 있는 최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 스캔들로 지지율이 속락하는 아베정권의 신경을 가장 곤두서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3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도의회 선거다. 총리 부인이 관련된 이른바 아키에 스캔들 의혹들이 조각조각 흩어져 나오는 가운데 정권의 정체성과 직결된 우익 집권세력의 부도덕성이 명백히 드러날 경우 7월 선거를 기화로 일본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단할 수 없어서다.
지방선거지만 도쿄도의회 선거는 국정흐름을 뒤바꿔놓을 수 있다. 실제로 1993년 지방선거에서 대약진한 ‘일본신당’은 직후에 이어진 중의원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이는 자민당 정권 ‘55년 체제’를 붕괴시키는 격변으로 이어졌다. 당시 호소가와 모리히로(細川頀熙) 전 총리가 신당 바람을 일으킨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지사가 독자정당 ‘도민 퍼스트모임’를 내세워 선거돌풍을 노리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지금 아베 총리의 인기를 위협하는 몇 되지 않는 인물 중 한 명이라 현 정권으로선 극도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아베 정권이 이번 위기를 버텨낼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도쿄 한 정치권 인사는 “2004년 아베 1차 정권 당시 하루가 멀게 각료들의 실언과 사퇴, 각종 스캔들이 한꺼번에 몰아 닥쳐 무너진 것과 비교하면 현재 정권의 관리능력은 180도 다르다”며 “모리토모학원 스캔들 정도론 정권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위기를 신속히 감지하고 대응하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해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는 블로그 글이 일본 주부층의 분노를 사자 발빠르게 보육원 부족 문제에 대해 예산투입 공세를 폈고 야당인 민진당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무상교육 문제를 정권의 정책브랜드로 키웠다.
반면 아베 정권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견해도 나온다.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이 오사카(大阪) 지역 우익들을 무대로 ‘총리관저-자민당-극우정당 유신당’의 3각 연대 및 전국조직 ‘일본회의’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권의 기반이 한 순간에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 여성지나 타블로이드 잡지에선 “아베 정권 자폭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등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한 번에 훅 무너질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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