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성수기ㆍ하반기 취업 대비
3ㆍ4월 문신 제거술 문의 쇄도
“개성 표현ㆍ나만의 각오 상징”
불만속 부정적 시선 못넘고 무릎
예비신부 김영주(32)씨는 식을 한 달여 앞둔 지난 10일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를 찾았다. 3년 전쯤 목 뒤에 새긴 약 2㎝ 크기의 파랑새 상징 타투(문신)에 대해 부모와 지인들이 하나같이 “결혼식에 드레스도 입으려면 없애는 게 좋겠다”고 해, 내키지 않은 걸음을 한 것이다. “레이저시술 5번이면 깔끔하게 없앨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도 김씨는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겠다’는 나름의 의미를 담아 평생 안고 가겠다는 생각에서 한 건데, 꼭 지워야 하는 건지 갈피를 못 잡겠다”고 했다.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또는 자신만의 다짐과 각오를 다지기 위해 타투를 했던 20, 30대 예비직장인과 예비부부들이 병원을 찾고 있다. 취업과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대 기로에서 타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이기지 못한 채 무릎을 꿇고 타투 제거에 나선 것이다. 이들의 마음 한편에는 “불법도 아니고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특히나 이들의 병원행은 봄 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3, 4월에 집중된다. 결혼 성수기를 맞는 예비부부들, 하반기 취업 시즌에 미리 대비하는 예비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10일 본보가 강남 지역의 유명 피부과 5곳을 취재해 본 결과, 3월과 4월의 타투 제거 문의 건수는 1, 2월에 비해 1.5배, 많게는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피부과 원장은 “제거 상담을 받으러 오는 고객 대부분이 새긴 타투는 지름 5㎝ 내외 작은 크기”라며 “크기가 작아도 여전히 문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갑지 않아 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올 초 대학을 졸업한 구모(26)씨도 취업 때문에 타투를 제거할 요량으로 병원을 찾았다. 얼마 전 한 대기업 최종 면접에서 손가락에 새긴 ‘PEACE’ 글씨 타투를 본 심사위원들이 “입사하면 없앨 수 있나” “굳이 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 집중 질문을 한 게 계속 마음에 남아서다. 그는 “최종 면접에서 탈락한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하반기 취업 시즌 전에는 없애야 할 거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스스로 타투를 지우긴 하지만 기분이 썩 좋은 건 아니다. 이달 말 결혼 예정인 조형민(28)씨는 “타투 때문에 장인어른과 말다툼을 벌이고 타투 제거 시술을 받기로 했다”며 “결혼식은 30분이면 끝나는데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타투 제거를 권하는 이들도 할 말은 있다. 한 대기업 채용담당 관계자는 “대기업에 들어오면 각종 거래처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타투는 분명히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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