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비전화공방 설립한 후지무라 야스유키
전기ㆍ화학물질 의존 벗어난 자립적 삶 제안
일본 도치기현의 시골마을 나스에는 전기와 화학물질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기를 실천하는 비전화공방이 있다. 이 곳의 철학과 노하우를 한국에 전하는 비전화공방 서울이 이달 오픈함에 따라 설립자인 발명가 후지무라 야스유키(73)씨가 와서 10일 서울시와 업무협약식을 했다. 일본 비전화공방은 2000년 설립됐다. 이날 오전 불광동의 서울혁신파크 내 비전화공방 서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서울에서 이뤄질 실험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우리의 제안은 단순히 전기와 화학물질을 쓰지 말자는 게 아니라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를 더 소중히하자는 거예요. 그러면서도 불편하고 힘든 게 아니라 더 편하고 즐겁게 삶을 바꿔 나가는 게 비전화 방식이죠.”
그는 자신이 발명한 비전화 미니탈곡기의 핸들을 돌려 볍씨를 도정하고, 착유기로 참깨 기름을 짜는 시연을 해 보였다. 그 쌀과 참기름이 얼마나 맛있는지는 말할 것도 없다. 일본 최고의 발명가로 꼽히는 그는 장남의 천식이 환경오염 탓임을 안 뒤로 비전화 기술에 집중해 왔다. 몽골 유목민들을 위해 만든 전기 없이 쓰는 냉장고를 비롯해 제습기, 커피로스터, 식품건조기 등 1,000가지 이상의 비전화제품을 발명했다. 나스 공방의 집, 카페, 작업실, 농장도 전부 비전화 방식이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고 쾌적하다. 그는 이 기술들을 누구나 쓸 수 있게 무료 공개하고 있다.
비전화공방 서울은 18~39세 청년들로 비전화 제작자 과정 1기를 모집해 출발했다. 12명을 뽑았는데 63명이 지원서를 냈다. 비전화기술과 생활방식을 배워 돈과 에너지, 소비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힘을 기르는 과정이다. 그는 매달 한 차례 서울에 와서 1주일 정도 머물며 이 청년들을 지도한다.
“일본 비전화공방은 17년 경험이 있어서 지원자가 많지만, 서울은 아직 아무 실적이 없는데도의욕적인 청년들이 많이 온 것을 보니 기대가 아주 큽니다. 이들이 1년 과정을 마치고 자립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많은 청년에게 희망이 되지 않을까요. 비전화공방이 희망을 되찾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작자 과정의 자립 훈련은 한 달에 이틀 일을 하고 남은 날들은 자급자족 활동을 해서 삶을 여유롭게 꾸려가는 ‘스몰 비즈니스’로 마무리된다. 경쟁하지 않고 협력하는 착한 일로 꼭 필요한 만큼만 벌어 일에 치이지 않고 느긋하게 살자는 기획이다. 이게 대도시 서울에서 가능할까.
“늘 받는 질문이죠. 일본 비전화공방은 시골이라 가능했던 게 아니냐고요. 그런데 호주, 대만, 도쿄에서도 많은 사람이 이미 그렇게 살고 있어요. 서울이라고 안 될까요? 제 제안의 3분의 1은 도시에서도 가능한 것들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시골로 갈 필요도 없고요.” 비전화운동의 핵심은 결국 삶의 방식이고 태도다. 그는 “물질적 풍요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음을 깨닫고 비전화공방의 활동에 공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오미환 선임기자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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