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팔런드 美 NSC 부보좌관
플린 하차 이어 사실상 퇴출
NSC 상임위서 배넌 뽑아낸 후
맥매스터ㆍ쿠슈너 승기 굳어가
NYT “정통관료들이 NSC 장악”
캐슬린 T. 맥팔런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극우 안보 이념을 떠받쳐 온 실세 인사의 세 번째 NSC 퇴진이다. 미 외교ㆍ안보정책의 핵심인 NSC에서 강경파 인사들이 잇따라 배제되면서 백악관 권력의 추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측근 및 전문가 그룹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정부를 움직이는 이른바 ‘이너서클’이 치열한 권력투쟁을 거쳐 빠르게 재구성 되고 있는 것이다.
미 언론은 9일(현지시간) 맥팔런드 부보좌관이 조만간 사임해 싱가포르 대사로 자리를 옮긴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맥팔런드가 처음엔 부보좌관 업무에서 손 떼는 것을 거부했지만 싱가포르는 미국의 핵심 동맹이고 승진 자리라는 설득에 대사직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영전 형식을 취했으나 사실상 퇴출 가능성을 내비친 셈이다.
맥팔런드는 NSC 내에서 강경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 그를 NSC로 이끈 것도 플린 전 보좌관이었다. 맥팔런드는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등 역대 공화당 정부에서 안보 전문가로 일했으며 부보좌관 발탁 전까지 폭스뉴스에서 안보 관련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ㆍ안보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오바마 저격수’로 이름을 날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플린 전 보좌관이 러시아 내통설에 휘말려 중도 하차하자 입지는 위축됐다. 공개석상에서 과도한 이슬람 혐오증과 근거 없는 음모론에 기댄 극우 이념을 강요하는 탓에 맥팔런드를 ‘플린 패거리’로 치부하는 NSC 내부 비판도 커졌다.
플린의 뒤를 이어 안보사령탑에 오른 3성 장군 출신 맥매스터 보좌관 등 전문관료 그룹의 부상은 그의 낙마에 결정타를 날렸다. 뉴욕타임스는 “맥팔런드 사임은 NSC 기능이 다시 정통관료들에게로 넘어가고 있는 징표”라고 해석했다. 맥매스터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 배넌을 NSC 상임위원직에서 몰아내면서 백악관 안보라인을 확실하게 장악했다. 배넌 대신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합참의장을 상임위원에 복귀시키는 인사개편안을 관철 시킨 것도 맥매스터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선임고문과 딸 이방카도 권력의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맥팔런드 후임으로는 디나 파월 NSC 전략담당 부보좌관이 유력한데, 그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정권 인수위원회에서 이방카를 도와 여성권한을 확대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등 ‘이방카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쿠슈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 때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 옆자리에 앉는 등 이미 배넌과의 권력투쟁에서 승리했다는 분석이다. AP통신은 “파월은 시리아 공습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마라라고 상황실 회의에 참석한 유일한 여성”이라며 영향력 확대를 시사했다.
반면 배넌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야심차게 추진한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오바마케어 폐지가 좌초한데다, 결정적으로 시리아 공습에 끝까지 반대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고 언론은 전했다. 배넌과 함께 개국공신인 라인즈 프리버스 비서실장의 교체도 검토되는 등 백악관 강경파의 입지는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CNN은 “배넌의 가장 큰 문제는 쿠슈너와 달리 트럼프의 가족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싸움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며 배넌의 앞날을 어둡게 점쳤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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