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아물지도 않은 시점에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8대 대선이 그 누군가에 의한 ‘플랜’이라는 강력한 의문이다.
이달 개봉 예정인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이 5년 전 대선에 숨겨진 충격적인 비밀을 들춰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제작자로 나선 ‘더 플랜’은 18대 대선에 누군가가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당시 전국에서 시민들이 투표한 용지가 251개의 개표소로 이동돼 1,300여대의 ‘전자 개표기’에 의해 분류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영화는 개표소의 시스템부터 되짚는다. 투표지가 들어오면 전자 개표기가 읽어가면서 후보 별로 분류를 보내고, 분류된 투표용지를 최종적으로 사람이 확인한다. 개표 상황표에 있는 내용을 위원장이 공표를 하면 개표절차가 끝난다.
여기서 ‘더 플랜’은 3가지 의문점을 제기한다. 먼저 전자 개표기가 돌아가고 있는 시간(모든 개표 과정은 시간대별로 표시된다)에 방송에서 개표 현황이 먼저 발표됐다는 의혹이다. 개표가 완료되었다고 공표하기 전 먼저 방송이 되거나, 공표하는 동시에 방송이 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사례가 2,500여건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상태로 진행하는 개표기가 해킹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영화는 국내외 해커들을 통해 “얼마든지 기계 조작이 가능하다”는 소름 돋는 답변까지 듣는다. 데이비드 딜 미국 스탠포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조작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전국 251개의 모든 개표소에서 같은 패턴을 가지고 등장하는 숫자 1.5다. 이 수치는 항상 어떤 지역에서나 당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1.5의 비율로 표가 더 많이 나왔다는 것이다. 특히 미분류표(기계가 인식하지 못한 투표용지) 중 박 후보에게 간 표가 더 많았다는 주장이다. 영화는 “전자 개표기의 조작”을 내세우며 관객들에게 그 단서를 낱낱이 드러낸다. 유럽의 사례를 통해 개표기의 조작으로 인해 개표 결과가 완전히 뒤바뀌는 사실까지 덧붙인다.
자료 수집과 분석으로 4년의 제작기간을 거친 ‘더 플랜’은 김어준 총수가 끈질기게 파헤친 결과물이다. 그는 지난 일에 ‘딴지’를 걸기 위해 영화 제작을 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의문이 많은)투표용지 개표 방식을 바꾸자”는데 목소리를 높인다. 사람이 먼저 수작업으로 투표용지를 분류한 뒤 개표기가 확인하는 작업으로 순서를 바꾸자는 얘기다. 내달 치러지는 제19대 대선에선 개표기 조작 의혹을 불식시키자는 의미다. 적어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2012년 대선 때 일부의 주장처럼 “투표에서 이기고 개표에서 졌다”는 말이 나와선 안 되는 것 아닐까. ‘더 플랜’의 합리적 의심에 한번쯤 귀 기울여 할 이유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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