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선은 인간의 것이요, 곡선은 신의 것’이란 건축가 가우디의 말도 있지 않습니까. 십자가를 곡선으로 표현했는데, 만들고 보니 묘하게도 십자가 안 곡선들이 어우러지면서 그 모양이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 12마리가 됐습니다. 물고기 문양(익투스)이야말로 로마제국 이래 기독교의 상징 아니겠습니까.”
10일 송길원(60) 목사는 들떠 있었다. 16일 부활절 때 경기 양평 청란교회 옆에다 지은 ‘종교개혁500주년 기념교회’의 문을 마침내 열기 때문이다. 교회, 선교관, 미술관 등을 합쳐 모두 3,300㎡에 이르는 규모다.
송 목사는 특정한 한 교회의 담임목사를 맡는 대신 ‘가정사역’을 내세워 시민단체(NGO) ‘하이패밀리’를 만들어 활동해왔다. 교회가 없으니 신도도, 헌금도 없다. 스스로는 ‘대한민국 전 가정을 상대하니 나는 국민목사’라 농담하지만 출판, 강연 등으로 얻은 수입으로 독립군처럼 살았다. 그랬더니 고신대 신학대학원 동기생들이 ‘500주년 기념교회’를 짓기로 하면서 그 교회를 양평에다 마련키로 결의했다. “동기생들은 다들 담임목사를 지냈고 이제 은퇴한 사람도 있는데, 나만 다 늙어서 이제야 담임목사를 하게 됐다”며 송 목사는 웃었다. 현재 신도는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이웃주민 20여명 정도. 가야 할 길은 멀다.
교회 컨셉트는 ‘교회다운 교회’다. 너무 요란하고 화려한, 교회답지 않은 교회 대신 진짜 교회다운 교회다. 그래서 십자가 크기를 키웠다. 높이만 4.5m다. 교회 안에서든, 밖에서든 척 보면 눈에 띄도록 했다. “요즘 교회들은 밖에서 보면 교회 같지 않은 교회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도 목사님 말씀, 찬송가 가사 보여준다고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느라 십자가를 가리기 일쑤입니다. 그래선 안 된다는 거지요.”

그래서 파이프오르간도 들였다. “흥겹고 신나게 한다고 교회마다 드럼 소리는 또 얼마나 요란한지요. 이 모든 걸 빼고 싶었습니다.” 교회 인테리어를 최대한 검소하게 해서 아낀 돈을 쏟아 부었다. 국내 유일 파이프오르간 마이스터 홍성훈씨가 국내 기술과 자재를 이용해 366개의 나무ㆍ금속관을 조립했다. 높이 4.5m에다 너비 3m 크기에 무게만 2t이다. 음색과 소리를 잡아가는 건 프랑스 전문가가 내한해 조율할 예정이다. 파이프오르간을 통해 회중찬송을 사제들에게서 일반 교인들에게도 확대한 루터의 정신을 되살리고 싶다고도 했다.
“루터의 ‘종교개혁’하면 다들 95개조 반박문을 떠올리지만, 정말 교황을 경악하게 했던 건 수녀와의 결혼이었습니다. 결혼으로써 독신주의 대신 가정의 회복을 내걸었지요. 500주년을 맞아 교회다운 교회에서 가정의 의미를 되새겨보시길 바랍니다.” 송 목사의 바람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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