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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세일에도 구경 손님만 늘고…“매출 20~30% 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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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세일에도 구경 손님만 늘고…“매출 20~30% 줄었어요”

입력
2017.04.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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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심리지수 연속 상승 불구

유통업체 체감 경기와는 온도차

그림 1롯데백화점 본점 9층 '골프,아웃도어,레노마 셔츠 균일가전' 행사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그림 1롯데백화점 본점 9층 '골프,아웃도어,레노마 셔츠 균일가전' 행사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 지난 주말(9일) 봄 정기세일 중인 서울 시내 백화점의 한 고급 여성의류 매장. 30대 주부 A씨는 봄에 입을 옷이 필요해 외투, 블라우스, 청바지를 구매하며 80만원을 지불했다가 30분 후에 블라우스를 환불해갔다. 다른 매장에 비슷한 디자인의 블라우스가 더 쌌기 때문이다. 이 매장 관계자는 “예년엔 고객들이 쇼핑 후에도 다른 매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마음에 드는 옷을 보면 돈을 조금 더 쓰더라도 한 벌 더 샀지만, 불황인 요즘은 한참을 고민하다 딱 한 벌만 사고 나머지는 환불한다”며 “세일기간에 이런 식으로 환불하는 고객이 하루에도 상당수여서 소비심리가 아직은 풀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세일기간이라 내국인 고객이 늘어났지만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구경만 하는 고객이 상당수”라며 “지난해 세일기간 보다 매출이 평균 20~30% 줄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6.7로 두 달 연속 상승하며 경기가 호전된 것으로 나왔지만, 유통업체들은 지난해 보다 실적이 악화하거나 지난해 수준이라는 반응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통계로 나타난 지표와는 온도차가 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봄 정기세일에 돌입한 주요 백화점 업체들의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전년 동기(요일 기준) 대비 매출 증감률은 롯데백화점 -1.3%, 현대백화점은 -1.2% 각각 하락했다. 이사철을 앞두고 리빙 가전 등의 매출이 늘었지만, 백화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우터 등 의류 실적이 저조했다는 지적이다. 매장에서 만난 백화점 직원들은 “돈을 쓰는 충성도 높은 VIP 고객도 크게 줄었다”며 “그래도 손님이 있었던 평일 오후가 너무 한가해 가장 손님이 적은 월요일 폐점 시간 같다”고 했다.

지난 9일로 봄 정기세일을 마친 신세계백화점만 소폭(기존점 기준 3.2%) 상승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물가상승에 따른 자연 증가분과 강남점 등의 증축효과 등을 감안하면 소비회복으로 보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중국 현지 매장 폐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롯데마트는 국내 실적마저 암울하다. 올해 1~3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3%대로 떨어졌다. 지난 3월만 놓고 봐도 -1%대 역신장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4월 들어 롯데마트 19주년, 롯데그룹 50주년 기념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펼쳐 지난 1~8일간 11.9% 신장했지만, 경기 회복의 신호로 보기에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 1~3월 실적이 전년 동기대비 5.5% 신장했지만, 지난해 전체 신장률(5.7%) 보다는 0.2%P 하락했다. 이마트 관계자도 “5월 황금연휴를 앞둔 최근 여행관련 상품 등을 중심으로 매출이 조금씩 신장하고 있지만, 경기가 확 살아난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홈쇼핑 측도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힘들게 노력해서 겨우 1~2%대 신장을 보이는 정도”라며 “소비심리가 살아났다는 걸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ㆍ신발 업계도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나 사회분위기를 많이 타는 패션업계는 “조기대선, 탄핵정국, 북핵문제 등이 겹쳐 매출이 극심하게 부진한 상황”이라며 “대선이 끝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지난 몇 년간 가파르게 치솟던 가구 매출 상승 곡선도 최근 둔화하고 있다.

중국 사드 보복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과 호텔 등도 심각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청이 지난 한 달간 중국 무역보복 피해접수를 해보니 167곳의 중기가 어려움을 호소했다. 통관검역 관련 애로가 63건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지연 관련 애로가 47건으로 뒤를 이었다.

4월 업황 전망에서 중기 건강도지수는 91.5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포인트 내려갔다. 중소기업건강도조사(SBHI)가 100 이상이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업체가 많고, 100 이하면 업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보는 업체가 많다는 뜻이다.

특히 호텔은 특급호텔이 10~20%, 중저가 호텔은 40%까지 객실 예약률이 떨어졌다. 탄핵 정국 등에 따라 외식 사업도 타격을 입었다. 봄맞이 패키지 상품도 전년에 비해 10~20% 낮아졌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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