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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줄이는 은행…직원ㆍ점포ㆍATM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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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줄이는 은행…직원ㆍ점포ㆍATM 급감

입력
2017.04.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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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용 ‘손 안의 금융’ 대세

점포 찾는 고객 줄어 변신 불가피

작년 2268명 감원 6년 만에 최대

영업점도 175곳 줄어 집계 이래 최다

수익 도움 안 되는 ATM도 정리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던 권모씨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신청해 스스로 은행 문을 나왔다. 만 49세라 정년을 한참 앞둔 나이지만 정년까지 버티는 게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권씨는 “창구에서 서로 얼굴을 맞댈 일이 없는 비대면(非對面) 거래가 확산되며 은행을 찾는 고객이 크게 줄고 있다”며 “지점장 승진을 못한 고참 직원은 사실 지점에서 할 일이 많지 않다”고 털어 놨다. 그는 “최근에는 젊은 은행원도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고민이 많다”고 귀띔했다.

동네마다 가장 목 좋은 상가 1층에 은행 점포를 세우는 식의 공격적 영업으로 고객을 끌어 모았던 은행들이 점차 몸집을 줄이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내 손 안의 금융거래’가 점차 대세로 굳어지면서 은행 점포를 찾는 고객이 줄고 있는 게 근본 원인이다. 더구나 지난 3일 문을 연 케이(K)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온라인 금융거래의 흐름이 더 가팔라지면 은행의 점포 구조조정 역시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직원 수·점포 수·자동화기기 수 등 은행 영업 근간을 이루는 3가지 요소는 모두 1년 전보다 급감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7개 은행의 총 직원 수는 11만4,755명으로, 1년 전(11만7,023명)보다 2,268명 줄었다. 2010년 2,372명이 줄어든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올해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져 이미 지난 1월 국민은행이 2,795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영업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옮겨감에 따라 기존 점포들을 대거 정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 지점과 출장소를 포함한 전국의 은행 영업점 수는 총 7,103곳으로, 1년 전(7,278곳)보다 175곳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후 최대 폭 감소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모바일 금융거래 흐름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용만 잡아 먹고 수익엔 큰 도움이 안 되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자동화기기도 대폭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은행 자동화기기는 2011년부터 줄기 시작해 지난해에도 2,641대나 줄었다. 은행 점포도 1층이 아닌 임대료가 싼 2층에 세우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명동지점을 50년 만에 1층에서 2층으로 옮겼다.

더구나 점점 거세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도 예사롭지 않다. 로보어드바이저와 인공지능(AI)이 일반화할 경우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인력 구조조정이 가시화할 수도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창구 상담사의 일자리를 빼앗고 AI가 콜센터 직원을 대신할 수도 있다.

이미 은행 지점장 승진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별다른 기술이 없는 사무직의 경우 위기 의식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은행이 아무리 혁신해도 점포에서 할 수 일엔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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