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과제 제작한 대학 졸업생
“제목ㆍ콘셉트 등 대부분 흡사”
문체부 후원 인디게임 대회 파문
당시 수업 참관 타 대학 교수가 경진대회 참가한 학생의 부모
해당교수 “일부 가져와”사과문
지난해 유명 인디게임(소규모 비전문가가 개발한 게임)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중·고교생들이 3년 전 서울대 학생들이 수업 과제로 제출한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수상자의 학부모인 대학교수가 해당 수업에 참관했다가 과제 작품 자료를 받아간 것으로 알려져 표절 경위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한국게임개발자협회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인디게임 제작경진대회 중ㆍ고등부 기획부문 대상작인 ‘스타라이트(Starlight)’가 2014년 서울대 수업과제로 제출된 게임 ‘스타더스트(Stardust)’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위조사를 벌이고 있다. 협회는 매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후원을 받아 개인이나 소형개발사가 제작한 게임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스타라이트는 중학생 2명, 고등학생 1명으로 구성된 팀이맥(TEAM E.MAG)이 제작한 게임으로 ‘마음의 병이 든 소녀를 도와 무채색으로 변한 세상의 색을 찾아준다’는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콘셉트로 호평을 받아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이들은 오는 9월 구글의 플레이 스토어에 정식 출시를 하겠다면서 지난달 29일부터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모금을 진행해 7일만에 181만여원을 모았다. 펀딩은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재 중단된 상태다.
의혹은 스타더스트를 제작했던 서울대 졸업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촉발됐다. ‘제목은 물론 무채색의 소녀가 색을 되찾는다는 콘셉트, 사물의 색을 바꾸면 다른 사물이 함께 반응하는 플레이 방식 등 대부분 흡사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졸업생 변모(25)씨는 “과제를 공개적으로 내놓은 적이 없는데 어디서 유출됐는지 당혹스러웠다”며 “수업 창작물도 나름의 저작권을 가지는데 남의 것을 함부로 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수업 당시 참관한 교수를 의심하고 있다. 과제 중간발표가 있었던 수업에 참관한 타 대학 교수 등에게 게임 파일이 참고 자료로 공유가 됐는데, 이 중 한 교수가 게임제작팀 학생의 학부모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피해 졸업생들에게 “의도하지 않았으나 일부 요소를 그대로 가져온 부분이 있었다”는 사과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두 게임 간의 유사성에 대해서) 지금 뭐라고 말씀 드릴 부분이 없고 잘 모르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후 통화 시도에는 일절 응하지 않았다.
협회는 “전문가들과 함께 표절여부를 최종 확인 중”이라며 “이르면 이번 주 초 표절 여부가 확정되면 수상을 취소해 상장 및 상금을 반환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협회는 2008년 대회에서도 장려상을 받은 작품이 일본에 정식 출시된 콘솔 게임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수상을 취소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