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재점화
검찰 “佛ㆍ獨ㆍ日은 수사권 등 독점”
경찰 “교묘한 눈속임일 뿐” 반박
검사의 영장청구권 놓고도
과거 인권유린 사례 들며 공방
정치권ㆍ언론에 물밑작업도 치열

국정농단 사태 이후 맞이하는 대선정국에서 수사권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논쟁이 재점화했다. 1998년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 수사권 독립 문제가 논의된 것을 시작으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 당시인 2005년, 경찰의 수사개시권이 인정된 2011년 형사소송법 개정에 이은 4번째 검·경 갈등이다. 지난 7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검찰 역할을 중시하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하자 경찰이 “검찰이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맞불을 놓고, 대검찰청이 다시 “도를 넘는 발언”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등 신경전이 극에 달하는 상황. 검찰의 각종 폐해를 지적하는 경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면 더 큰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검찰 방어가 치열해지면서 대선국면에 양측의 공방 역시 한층 가열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9일 법조계와 경찰에 따르면 논쟁의 핵심은 검찰의 수사권,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기소 독점권을 보장한 형사소송법 개정사안과 검찰의 독점적인 영장청구권을 명시한 헌법개정 등 크게 두 가지다.

경찰은 일단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수사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체 수사에다, 경찰 수사까지 모두 지휘하고, 모든 수사 결과를 가지고 기소 여부까지 검찰이 ‘북 치고 장구까지 치고 있는’ 상황. 경찰 관계자는 “세계 어디에도 우리 검찰처럼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가지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프랑스와 독일, 일본의 사례를 들어 반박한다. 이 세 나라 검찰도 한국처럼 수사, 수사지휘, 기소의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와 기소 분리가 마치 ‘글로벌 스탠다드’처럼 말하는데 명백한 허구”라고 맞섰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경우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명문화 된 건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경찰 스스로가 검찰의 수사 지휘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사실상 수사지휘가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경찰은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이 교묘한 ‘눈속임’이라는 입장이다. 현실과 무관하게 미국과 영국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라는 분리원칙을 확립해 두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경찰 관계자는 “독일 검찰은 수사인력 자체가 없으며 일본도 경찰의 독립적 수사 권한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대해서는 검경이 쌍방의 과거 인권유린 사례를 들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체포ㆍ구속ㆍ압수 등의 영장 청구권은 수사의 강제력을 보장하는 핵심 권한이다. 김수남 총장이 7일 “(영장청구권은) 경찰국가 시대의 수사권 남용 통제”라며 말한 검찰 탄생의 배경이다. 검찰은 과거 무분별한 영장 신청 남발로 피의자 인권을 침해했던 경찰에게 영장 청구권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찰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의 숱한 자살 사례를 거론하며 맞받아치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 경찰의 인권 유린 ‘흑역사’를 부인할 수 없지만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이 인권보호로 이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는 반박이다.

여론은 일단 경찰에 유리하다. 홍만표 진경준 전 검사장 비리 사건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으로 그 어느 때보다 검찰을 향한 시선은 부정적이다. 정치권도 검찰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등 유력 대선후보 전원이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과 검찰의 물밑 작전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경찰이 각 지방청을 돌면서 수사권 독립 관련 토론회를 열고 있는 것은 수면 위에 드러난 일부일 뿐. 양측은 언론 기고나 정치권 인사 접촉을 통해 각자의 논리를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검찰이 다시 하는 현재 같은 시스템이 더 이상 안 된다는 건 분명하지만 (검찰 권한을) 전부 다 분리하는 게 최선인지는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논쟁만 일었을 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면 되는 수사권 문제와 달리 영장청구권의 경우 헌법 개정 사안인 만큼 사회적 합의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황운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이 7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열린 ‘수사ㆍ기소 분리 대비, 경찰수사 혁신을 위한 현장경찰관 대토론회’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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