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에게는 “나는 강, 강은 나”라는 말이 있다. 강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이 말에서 그들의 자연관이 보인다. 황거누이강은 마오리족이 특히 신성하게 여기는 강이다. 그런 황거누이강에 인간과 동등한 법적 권리와 책임을 부여하는 법이 3월 중순 의회를 통과했다. 강이 인간과 같은 지위를 받은 첫 사례다. 이제 강을 훼손하거나 오염시키면 사람에게 해를 끼친 것과 같은 처벌을 받는다. 원주민들은 600여 년 전부터 이 강 근처에 자리를 잡고 살아왔으며 160여 년 전부터는 강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
▦ 얼마 뒤에는 인도 법원이 갠지스강 본류와 가장 큰 지류에 인간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황거누이강과 마찬가지로 갠지스강을 오염시키거나 훼손하면 사람을 해쳤을 때와 같은 처벌을 받는다. 갠지스강은 힌두교도들이 성지이자 어머니로 생각하는 신성한 곳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몸을 갠지스 강물로 씻기고 생명을 다한 육신을 화장해 갠지스강에 재를 뿌리니 사람의 일생이 이 강과 함께 하는 셈이다. 그러나 강은 지금 하수와 산업폐기물 등으로 더럽혀져 있기 때문에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 두 강에 인간과 같은 지위를 준 것은 강을 그저 아래로 흘러가는 물줄기가 아니라 인간과 유대하는 귀하고 다정한 존재로 보기 때문이다. 문화권이 다른 만큼 어느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도 수많은 문학과 노래에 강을 등장시킬 정도로 강을 가깝게 여겨왔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낱낱 인생들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좌절, 분노와 환희를 삼키면서 오늘도 어제처럼 묵묵히 흘러가고 있으니, 강! 거기에는 천고의 역사 속에 묻힌 모든 영욕의 침묵하는 증언이 들어있게 되었다”고 쓴 것도 그런 이유에서 일 테다.
▦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아쉬운 것이 4대강 사업이다. 22조원 이상의 사업비를 들인 4대강 사업은 정부의 큰소리와 달리 심각한 수질 오염과 그에 따른 녹조 현상, 물고기 떼죽음 등의 결과를 낳았다. 이런 사실을 애써 외면해온 정부가 얼마 전 댐과 저수지, 보를 개방해 물을 흘려 보내는 방식으로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아예 강에 설치한 보를 허물자고 주장한다. 4대강이 다시 제 모습을 찾을 때 한국의 강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박광희 논설위원 kh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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