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5ㆍ토트넘)이 아시아 선수의 유럽 프로축구 도전사를 연일 새로 쓰고 있다.
손흥민은 8일(한국시간) 2016~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왓포드와 홈경기에서 2-0으로 앞선 전반 44분,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호쾌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 망을 흔들었다. 시즌 10호 골로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득점 후 ‘10’을 뜻하는 두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환호했다. 후반 10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볼이 땅에 닿기 직전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11호 골을 터뜨렸다. 해트트릭을 완성할 기회도 있었다. 후반 36분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았지만 슈팅이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났다. 3분 뒤 오른발 슈팅은 크로스바를 튕겨 아쉬움을 남겼다.
손흥민은 이날 전반 33분 델레 알리(21)의 선제골도 어시스트하며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고 후반 43분 기립박수를 받으며 교체돼 나왔다. 그는 경기 뒤 구단을 통해 “프리미어리그에서 꼭 해트트릭을 해보고 싶었는데 아쉽다”면서도 “우리는 중요한 승점 3을 얻었다. 행복하다”고 밝혔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손흥민을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했고 현지 해설진은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다. 손흥민이 완벽한 봄을 보내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손흥민은 그 동안 유럽 무대에서 뛰며 시즌 막바지 약간 주춤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올 시즌은 반대로 3월에 3골, 4월에 4골 등 ‘봄에 강한‘ 면모를 뽐내고 있다.
올 시즌 EPL 11골, FA컵 6골, 챔스리그 1골 등 18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전설 ‘차붐’과 ‘영원한 캡틴’ 박지성(35)의 기록을 겨냥한다.
박지성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퀸스파크레인저스(QPR)에서 뛰며 8시즌 통산 27골(정규리그 19골)을 넣었다. 지난 시즌부터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EPL에 입성한 손흥민은 지금까지 총 26골을 작성했다. 1골만 추가하면 박지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더불어 차붐이 1985~86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시절 세운 한 시즌 최다 득점(19골) 기록에도 한 골 차로 바짝 다가섰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EPL 득점 랭킹 톱10 진입도 가능해 보인다.
손흥민은 현재 11골로 페르난도 요렌테(32ㆍ스완지시티), 크리스티앙 벤테케(27ㆍ크리스털 팰리스)와 함께 득점 공동 12위다. 현재 득점 1위인 21골의 로멜루 루카쿠(24ㆍ에버턴)를 포함해 11명의 선수가 득점 랭킹 10위 안에 들어 있다. 톱10 진입은 리그 최정상급 공격수로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토트넘은 정규리그 7경기를 남겨 놓고 있는데 손흥민이 최근 같은 기량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이날 경기는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이 직접 관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영국과 독일에서 뛰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하고 면담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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