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24ㆍ미국)가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2년 연속 쿼드러플 보기 악몽을 경험하고도 우승권에 진입했다.
스피스는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중간합계 4언더파 212타를 기록, 공동 선두 그룹에 2타 뒤진 공동 4위로 올라섰다. 극적인 반전이었다. 1라운드에서 스피스는 15번홀(파5)에서 쿼드러플 보기인 9타를 적어내는 등 역대 최악의 성적(3오버파 75타)으로 출발했다. 단독 선두였던 찰리 호프먼(41ㆍ미국)과는 무려 10타 차 공동 42위였다. 그러나 스피스는 2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치며 공동 10위로 뛰어오르더니 3라운드에서도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위기 상황에서도 과감한 판단과 정교한 샷으로 타수를 줄여나가며 그가 왜 우승후보이고 이 대회에서 강했는지 입증했다. 스피스는 지난해까지 세 번 출전한 마스터스에서 우승 한 번과 준우승 두 차례를 차지한 바 있다.
13번홀(파5)에선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소나무 사이로 들어갔지만, 레이업 대신 직접 그린을 공략했다. 나무 사이로 친 스피스의 샷은 홀에서 10m 지점에 멈췄고, 결국 스피스는 이 홀에서 버디를 낚았다. 그린을 공략하기 전 캐디에게 "아놀드 파머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을까"라고 질문한 뒤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는 것이 스피스의 설명이다. 스피스는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만한 샷을 날려야 한다. '아놀드 파머라면 어땠을까'라는 질문도 그런 의도를 담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스피스는 15번홀(파5)에서도 환상적인 웨지샷으로 버디를 적어내면서 쿼드러플 보기의 충격에서 완벽히 벗어났다. 스피스가 역전우승에 성공할 경우 스코어카드에 '9'를 적어내고 우승하는 첫 번째 선수로 기록된다. 스피스는 마스터스에 강한 이유에 대해 "난 코스를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드라이버의 페어웨이 안착률은 55%에 불과하다. 그러나 난 그린적중률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저스틴 로즈(37ㆍ잉글랜드)는 보기 2개와 버디 7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적어내며 중간합계 6언더파 216타를 기록해 공동 6위에서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선수들이 저절로 '아멘'이라는 탄식을 내뱉게 된다는 11번부터 13번홀까지 아멘코스에서 버디 2개를 낚은 로즈는 15번홀과 17번홀, 18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면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2015년 대회에서 공동 2위에 올랐던 로즈는 "오랜 기간 이 코스에서 좋은 성적을 쌓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전날 공동 선두였던 세르히오 가르시아(37ㆍ스페인)도 중간합계 6언더파 216타로 리더보드 맨 윗자리를 지켰다. 1라운드에서 깜짝 선두에 오른 뒤 2라운드에서도 공동 선두로 선전한 호프먼은 이븐파 70타를 치면서 공동 4위로 내려앉았다. 공동 13위였던 로리 매킬로이(28ㆍ북아일랜드)는 1언더파 71타를 치면서 이븐파 216타로 공동 12위가 됐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해선 공동 선두 그룹과 6타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마스터스의 마지막 라운드 역전 우승자 중에서 가장 많은 타수를 극복한 선수는 1956년 8타 차 선두를 따라잡은 잭 버크 주니어(미국)다. 2오버파 74타를 친 필 미켈슨(47ㆍ미국)은 공동 21위로 내려앉아 대회 최고령 우승 도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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