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관리 차원에서 3차까지 접대한 뒤 귀갓길에 넘어져 다쳤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까.
모 건축업체 업무총괄이사로 일하던 진모씨는 2013년 3월 거래처 부장을 만나 식사 대접을 했다. 6개월 전 진씨가 공들여 성사시킨 계약 건이 한 달 전 중단되면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진씨는 이날 오후 6시45분부터 막걸리집에서 거래처 부장을 접대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진씨는 2차 호프집에서 본격 업무 이야기를 꺼냈고 협의도 마쳤다. 저녁자리는 자정을 넘긴 12시20분쯤 3차 장소인 노래방에서 끝났다. 이후 함께 대리운전 기사를 기다리던 진씨가 갑자기 길에서 넘어지면서 두개골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에 진씨는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요양급여를 지급해 달라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청했지만, 공단은 “3차 노래방부터는 업무 관련성이 없는 사적 행위였다”며 요양승인을 거부했다. 진씨가 그러자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ㆍ2심은 “노래방 비용을 업무비로 처리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진씨와 거래처 부장이 노래방에서 접대부를 불러 유흥을 즐겨 노래방 회식부터는 업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진씨는 마지막으로 대법원 문을 두드렸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과 진씨의 주장을 다시 살핀 끝에 1~3차 회식 전반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회식은 업무협의와 접대 목적에서 비롯된 업무수행의 연장”이라며 “3차 회식까지 거래처 직원이 동석했고 참석자에 변동이 없었으므로 업무상 사고에 해당한다”며 진씨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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