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3개 크기 화물선 갑작스런 침몰
전단응력, 선체 피로도 등 다양한 가능성
승선원 수색 난항 “주변국 도움 절실”
한국시간 지난달 31일 우루과이 인근 남대서양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초대형 광물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가 갑자기 침몰한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모두 24명(한국인 8명)의 선원이 탑승하고 있었지만 사고발생 이틀째 필리핀인 2명만이 구조돼 나머지 선원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구조된 필리핀인 선원은 “큰 떨림(vibration)을 느꼈고 선장의 소집방송을 듣고 선교까지 오를 새도 없어 비상소집장소로 달려갔다. 비상소집장소에 도착한 뒤 혼자 구명벌을 던지고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진술, 당시 상황이 매우 급박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① 갑작스런 침몰 가능한가.
스텔라데이지호는 길이 311.89m, 선폭 58m로 축구장 3개를 합친 거대한 규모다. 초대형 화물선이 선원들의 대피시간도 벌 수 없을 정도로 급히 침몰한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윤철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화물을 싣지 않은 상태였다면 달랐을 것”이라며 “반대로 가득 실은 상태라면 배 자체의 무게에 화물과 바닷물의 무게가 합쳐져 순식간에 침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텔라데이지호는 화물의 무게만 26만톤이나 되는 광물선이고 광물의 절반은 쇠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② 침몰 원인에 대한 가능성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사고지점의 해역 기상은 양호했다. 당시 초속 14~17m의 남동풍이 불었고 너울성 파도의 높이는 4~4.5m, 수온은 21.9도로 파악됐다.
그러나 김길수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너울성 파도의 높이를 눈여겨보고 있다. 김 교수는 “배가 4m 높이의 너울성 파도에 올랐다면 ‘전단응력’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산에 배가 걸터앉은 형태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배의 진행방향과 달리 위에서 아래로 힘이 작용하는 힘(전단응력)에 의해 배가 손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체가 전단응력에 의해 급격히 훼손됐는지 선체 손상이 그 전부터 서서히 진행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선사인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는 “스텔라데이지호는 정기검사(2013년), 연차검사(2014~2016년까지 매년 1차례)를 거쳤고 항만마다 실시하는 항만국통제검사(PSC)도 통과했다”고 선체 안전성을 설명하면서도 “선사와 외교부, 해양수산부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고 말했다. 유조선이던 스텔라데이지호는 앞서 2009년 2월 중국 조선소에서 화물선으로 개조, 선령은 25년이다.
③ 구조자 수색 왜 어렵나?
브라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미국 등 주변 4개국의 초계기와 군함 등이 동원된 수색은 현재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16인승 구명벌(무동력 뗏목) 1척이 희망이다. 스텔라데이지호에 비치된 30인승 구명정(동력보트) 2척과 구명벌 3척은 발견, 구조된 필리핀 선원 2명도 이 중 구명벌 1척에 타고 있었다. 구명벌에는 사람 수대로 3일치 식량이 비치돼있다.
해난구조 방식에 대해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는 “바람과 조류를 계산해서 조난 위치를 추정하고 추정 위치에서부터 마름모꼴로 수색을 실시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색 범위는 넓어진다”며 “구조 골든타임을 규정하긴 어렵지만 수색 초기 12시간과 24시간이 중요한데 선사가 12시간 가량 지나 해수부와 해경에 보고한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윤철 한국해양대 교수도 “생명이라는 게 시급을 다투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걱정이 된다”며 “주변국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 최대한 많은 초계기 등 항공기 중심으로 수색인원을 파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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