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도미사일, 남한보다 절대적 우세
한미 미사일 지침 ‘사거리 800㎞’ 제한 탓
남한, 순항미사일로 돌파구 마련
탄도ㆍ순항미사일 활용하면 열세 극복
12,000㎞ vs 800㎞. 남북이 보유한 탄도미사일 최대사거리로 알려진 수치다. 북한이 태평양을 넘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5,500㎞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있는 동안 남한은 사거리 1,000㎞에 못 미치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현무-2C(가칭)을 최근 시험발사했다. 물론 북한의 탄토미사일 능력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으나 북한은 2012년, 2016년 각각 ICBM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은하3호와 광명호를 우주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한 건 사실이다. 적어도 탄도미사일에 있어서 남한은 북한에 비해 절대적인 열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40배가 넘는 국방비를 수십 년간 투입하고도 북한보다 못한 기술력을 가진 남한의 국방정책을 일방적으로 비판하기는 이르다. 1979년 체결된 ‘한미 미사일지침’이라는 구조적 제약이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1970년 더 이상 아시아에 군사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닉슨독트린에 충격에 빠진 박정희 유신정권은 다음해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시했고 1978년 한국 최초의 탄도미사일 ‘백곰’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미국이 곧바로 남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이 동북아 지역의 안보질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요청에 따라 한미는 1979년 탄도미사일 ‘사거리 180㎞ 이하, 탄두 중량 500㎏ 이하’로 제한하는 미사일 지침을 체결한다. 그 뒤 사거리는 두 차례 연장돼 2012년 ‘사거리 800㎞ 이하, 탄두 중량 500㎏ 이하’로 개정됐다.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발목이 묶인 남한은 지침의 제약을 받지 않는 순항미사일 개발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순항미사일에 있어서 남한은 북한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남한은 순항미사일 현무-3A(500㎞), 현무-3B(1000㎞), 현무-3C(1500㎞) 등을 운용하고 있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높은 정확성과 활용성을 특징으로 한다. 현무-3계열의 순항미사일은 오차범위가 3m이내다. 군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집무실 창문도 겨냥할 수 있다고 확언했다. 실제로 군은 2012년 현무-3을 발사해 창문크기의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하기도 했다. 반면에 현무-2계열의 탄도미사일의 오차범위가 100m로 알려졌다. 게다가 현무-2계열의 탄도미사일은 지대지 공격에 한정된 것에 비해 현무-3계열의 순항미사일은 함대지, 잠대지 공격까지 가능하다. 다만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파괴력이 적으며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남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하면 북한에 비해 열세인 탄도미사일 기술력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미사일 지침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지만 종심거리가 짧은 한반도에서 800㎞가 넘는 사거리는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한은 북한이 이동식발사차량을 이용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긴급대응표적에 대해서는 탄도미사일로 대응하고 상대적으로 시급성은 낮지만 정확성이 높아야 하는 고정 표적은 순항미사일로 대응할 수 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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