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도시에 사는 성인 10명 중 9명이 건강기능식품을 항상 먹거나 먹어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이 섭취한 건 단연 비타민이었는데요. 홍삼과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 등도 많이 찾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꼽혔습니다. 한두 번 먹어보고 만족한 소비자들은 이후로도 계속 건강기능식품을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섭취해본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재구매 의향을 묻는 질문에 약 90%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건강기능식품은 다 몸에 좋은 걸까요. 결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종류마다 제품을 선택할 때 꼭 확인해야 할 점이 있고, 안 먹는 게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꼽히는 비타민은 해당 영양소가 영양소기준치의 적어도 30% 이상은 들어 있어야 효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양소기준치가 700마이크로그램(㎍)인 비타민A를 원료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에는 비타민A 함량이 210㎍ 이상이어야 하는 거죠. 또 비타민D의 영양소기준치는 5㎍이므로 제품을 구입할 때 비타민D가 1.5㎍ 이상 함유된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문의들은 식사를 충분히 한다면 굳이 비타민을 별도로 먹지 않기를 권합니다. 특정 비타민 성분이 체내에 과잉이 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오메가3는 주성분이 기름(지방산)입니다. 쉽게 산패될 수 있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꼭 확인하고, 대용량 제품 구입은 자제하는 게 좋겠지요.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오메가3 성분은 DHA와 EPA입니다. 제품 전체의 단순 용량보다 이들 성분이 500㎎ 이상 들어 있는 제품을 골라야 권장량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심뇌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이 아니라면 섭취에 신중해야 하는데요. 오메가3는 생선에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1주일에 한두 번 생선을 먹는다면 추가로 복용한다고 해서 큰 도움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의들의 견해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장 기능을 돕는 작용을 인정받으려면 제품 내 유산균이 위를 지나 장까지 ‘무사히’ 도달해 정착해야 합니다. 장까지 살아남는 유산균 수를 보장하기 위해 요즘은 제품에 넣는 유산균 수를 늘리는 추세지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1일 섭취 권장량은 유산균 1억~100억CFU(균 수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사람마다 위산 분비량이나 장 내 상태 등이 다르기 때문에 권장량 이상 섭취한다고 해서 기능성이 더 좋아지는 게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습니다.
학계에서 인정하는 홍삼의 기능성은 피로 개선과 면역력 증진, 항산화작용 등입니다. 이들 기능은 핵심 성분인 진세노사이드의 함량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진세노사이드가 홍삼 제품 1g 당 2.5~34밀리그램(㎎) 들어 있어야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받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하루에 3~80㎎은 섭취해야 홍삼의 기능성을 기대할 수 있지요.
다가오는 ‘가정의 달’을 맞아 건강기능식품의 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시기입니다. 무작정 ‘몸에 좋다니까’가 아니라 섭취할 사람의 건강 상태를 살펴본 뒤 어떤 면을 개선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선택해야겠습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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