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화(55)씨는 매주 목요일 마다 수성도서관에서 시를 비롯한 문학작품을 녹음한다. 수성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소리 문학 서비스 음성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51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돌아가면서 녹음을 한다. 지난해 5월에 시작해 9월1월부터 대출을 시작했다. 현재 300여 명이 750여 점의 작품을 대출해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다양한 문학작품을 접했다. 강씨는 원년 멤버로 참여해 현재 열세 달째 녹음 봉사 중이다.
“완성한 ‘소리 책’은 모두 정식 출간물로 등록됩니다. 목소리로 책을 쓰는 기분이 들어 녹음할 때마다 뿌듯합니다.”
강씨는 “자원봉사자의 직업이나 나이대가 워낙 다양해서 봉사자들과 어울리는 것도 쏠쏠하게 재밌다”고 말했다. 강씨의 말처럼 자원봉사자의 직업이 다양하다. 강씨는 구연동화와 시 낭송 전문가다. 특기를 살펴 봉사에 참여한 경우다. 강씨 같은 낭독 전문가 외에도 변호사, 교사, 주부, 취업준비생 등이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고, 나이도 고등학생부터 60대에 이르기까지 사뭇 폭이 넓다. 특기를 살려 봉사에 참여한 경우도 있지만 평소 목소리에 자신이 있어서, 독서량을 늘리기 위해, 혹은 평소 동경하는 성우의 세계를 체험하고 싶어서 등 저마다 사연이 있다. 강 씨는 “어릴 때부터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봉사자가 한 분 있는데, 본인보다 잘 안 보이는 사람들이 더 힘들 거란 생각에 봉사자로 지원했다더라”면서 “사연을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고백했다.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읽는 까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지역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는 것도 소기의 성과다. 이와 관련해 강씨는 “인문학 도서 녹음이라는 취지로 시작한 활동이지만 새로운 문화 콘텐츠 발굴이라는 성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지역과 지역민들을 소재로 쓴 작품을 많이 접하다 보니 지역관련 정보가 자연스럽게 쌓여요. 저뿐 아니라 다른 봉사자들도 그런 고백을 해요. 한 달에 한번 봉사자 모임이 있는데, 그때마다 평생 지역에서 살아오면서도 우리가 몰랐던 지역의 정보와 정서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근사한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 씨는 “근대문화골목이나 김광석 거리는 알고는 있지만 속사정은 까맣게 몰랐던 소소한 지역사를 발굴해서 이룬 성과”라면서 “제2의 근대골목과 김광석 거리를 발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봉사자를 위해 참가했지만,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동료 봉사자들과 함께 문화 복지와 새로운 문화 콘텐츠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으면 합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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