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무기 사용 응징” 미사일 59발
‘인내 한계 넘으면 무력 대응’ 시그널
북핵 문제 담판 앞두고 中 압박 분석
中 “화학무기도 무력 사용도 반대”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미 해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공격이 이뤄진 7일 오전 3시 45분(현지시간). 공격명령을 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 중이었다. 전세계가 두 강대국 지도자의 화기애애한 만찬 분위기를 주목하고 있는 시각, 전격적으로 공격이 단행된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북핵ㆍ미사일 문제’가 다뤄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가운데 당사자 면전에서 보란듯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트럼프 정부가 시리아에 대해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화학무기를 사용하자 곧바로 무력응징을 했듯,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미국의 인내를 넘어서는 도발을 할 경우 군사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시 주석에게 넌지시 전달했다고도 볼 수 있다. 만찬이 끝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시리아 공격 사실을 공개하고 “치명적인 화학무기 사용과 확산을 미리 막고 저지하는 것은 미국의 필수안보 이익에 포함된다.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 4일 화학무기 공습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사망자 80명 이상을 낸 시리아 정부군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AP통신,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은 7일 오전 지중해 동부에 작전 중이던 미 해군 소속 구축함 USS로스호와 USS포터호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9발이 발사돼 시리아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타격했다고 전했다. 시리아 내전이 발생한 2011년 이래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에 군사공격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아사드 정권이 사린가스를 사용해 자국민 1,300명이 사망하면서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는 군사 옵션을 검토하기도 했지만 “화학무기를 없애겠다”는 시리아 정부의 약속을 믿고 결국 군사공격을 포기했다. 이번 폭격에 대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어느 정부든 선을 넘으면(cross the line) 트럼프 대통령은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고 평했다.
중국 정부는 화학무기 사용과 무력 행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군이 시리아 폭격을 한 것에 대해 미국을 거론 하지는 않은 채 “중국 측은 국제 관계에서 일관되게 무력 사용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미국의 시리아 폭격에 대해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한 조치로 이해하고 있다”며 “핵무기와 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의 확산 및 사용에 대한 위협은 시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며 북한 등 동아시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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