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하던 서울시에 동의 통보
문재인ㆍ안철수 등 도입 긍정적
당선 가능성 높자 입장 바꾼 듯
서울시 6월부터 수당 지급키로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을 강력히 반대해온 보건복지부가 급작스럽게 입장을 바꿔 ‘동의’ 의견을 냈다. 서울시가 사업내용을 보완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만, 법적 다툼까지 벌여온 것을 감안하면 한 달여 뒤 출범할 새 정부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7일 보건복지부는 서울시가 지난 1월 협의를 요청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에 대해 ‘최종 동의’한다는 의견을 서울시에 통보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만 19~29세 미취업청년 중 5,000명(중위소득 150% 이하)을 선발해 매월 50만원의 현금을 최대 6개월간 지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아울러 이날 복지부는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과 경북의 ‘청년직업교육 훈련수당’에 대해서도 동의 의견을 보냈다.
지난해부터 서울시와 복지부는 청년수당 지급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중앙부처나 지자체에서 사회보장제도를 신설ㆍ변경할 시에는 복지부장관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처음 청년수당 원안을 복지부에 제출하고 협의를 요청했으나 복지부는 “선정기준 등을 보완해야 한다”며 ‘부동의’를 통보했다. 서울시는 6월에 수정안을 내놨으나 이 역시 퇴짜를 맞았다. 이에 서울시는 그해 8월 시범사업을 강행해 청년 2,831명에게 월 50만씩을 지급했고, 복지부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직권취소명령을 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중앙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효과를 못보고 있으며 청년수당은 이에 대한 대안”이라며 청년수당 지급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는 대법원에 복지부의 직권 취소에 대한 집행정지 소송을 내 판결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복지부는 갑자기 입장을 바꾼 데 대해 “사업내용이 보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상자 기준의 객관성 ▦취ㆍ창업 연계 등에 대한 보완요청을 서울시가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완고하던 복지부가 태도를 바꾼 건 청년수당 도입에 긍정적인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미취업 청년들에게 6개월간 월 30만원의 훈련수당을 지급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미취업 청년들에게 청년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복지부의 협의에 따라 양측간 법적 갈등은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효관 서울시 혁신기획관은 “청년수당 도입 동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대법원 행정소송은 지난해 제출된 시범사업 건으로 이번 복지부 의견이 반영된 본사업과는 별건이지만 협의를 통해 소송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달 안에 모집 공고를 내고, 6월부터 청년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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